[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러시아가 지난달 17일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우회 수출경로 개발, 세계 곡물 수급 개선 전망 등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곡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 이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 발표 직후 밀 선물가격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당일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국제 곡물 시장에 미치는 제한적”이라며 “동유럽 내 루마니아 등의 곡물 수출 여력이 충분하고 우크라이나가 협정 미연장에 대비해 흑해를 대체하는 우회 수출경로를 활용해 수출량을 확대해 왔다는 측면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협정 중단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흑해 지역 국가로부터 밀과 옥수수의 수입량 18%를 도입했고 특히 식용 옥수수의 50%가 이 지역으로부터 수입됐지만 전쟁 이후에도 심각한 공급 차질 현상은 없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식용 옥수수 수입량 106만 톤 중 57만 톤이 우크라이나산이지만 모두 흑해곡물협정과 상관없는 우회 수출경로를 통해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루마니아 경로를 통해 곡물 수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곡물 수급 여건 개선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31일 발행한 ‘국제곡물 관측보’ 8월호에 따르면 올해 밀의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 호주 등의 생산량 감소 전망에도 중국,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미국 등의 생산량 증가로 전년 대비 0.4% 증가한 7억9607만 톤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옥수수도 미국, 브라질 등 주요국 생산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12억2076만 만 톤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곡물 수입국인 중동,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외 국가에서도 곡물 수입이 가능해 흑해 협정 중단이 국제 곡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회수출경로의 불안정성과 식용 옥수수 공급 차질은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 연구위원은 “국제 곡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과 긍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히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식용 옥수수의 경우 공급 차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