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11월부터 월 1회 토요일 휴업 예정
유통인 삶의 질 증진 기대

출하 농가 불편에
상품성·시세 하락 우려도

문제·편익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해야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유통인들의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준비 중인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의 농산물 경매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새벽을 제외한 주 6일간 진행돼 도매시장법인 근로자, 중도매인 등 시장 내 유통인들 역시 일주일에 6일을 근무하는 실정이다. 이에 중도매인을 중심으로 주 5일 근무를 위한 시장개장일 감축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중도매인들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시간까지 주 6일간 근무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층이 도매시장 근무를 꺼려 인력 유입에도 차질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이유로 중도매인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법인 역시 신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공사 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의 도매거래 시간은 경매와 배송까지 고려하면 18시부터 다음날 10시까지로 16시간에 달하며 가락시장 구인 건수는 2019년까지 연 4000건 내외였던 데 비해 20216162, 지난해 6717건으로 1.8배가량 증가해 인력 이탈과 구인난이 심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더불어 청과 중도매인의 82%5인 미만 사업장으로 영세해 인력확충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개장일 감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서울시공사는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검토, 오는 11~12월과 다음해 3~44개월간 월 1회 주 5일제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휴업일은 토요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5일제 도입 시 휴업일에 대해 수요일과 토요일이 논의돼 각각의 경우를 분석했다수요일에 휴업할 경우 월요일과 목요일에 물량이 집중돼 물량 변동 폭이 크고 시세가 흔들릴 우려가 있지만 토요일에 휴업하면 수요일 휴업보다 요일별 물량 변동이 적고 유통인의 생활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편익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공영도매시장의 개설 목적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에 있는 만큼 개장일 감축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일과 삶의 균형 등 생활 여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상황이어서 생산자들 역시 이번 개장일 감축에는 일정 부문 동의하면서도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6일간 출하하던 상황에서 5일만 출하가 가능해지면 생산자의 편리는 당연히 줄어들고 특히 쌈채류와 같이 매일매일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다만 사회적 흐름이 있고 유통인들의 입장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와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일주일에 6일간 출하하던 물량을 5일간 출하하게 되면 중요한 것은 보관에 따른 품질 유지라며 가락시장이 주 5일제를 도입하면 전국 공영도매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농산물 보관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농산물 보관·품질관리 용이를 이유로 서울시공사는 동절기 위주로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겨울 제철 작물이 많은 제주지역에서는 반발이 예상된다.

이석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만감류와 무·양배추 등 제주도는 겨울에 농작물이 제철을 맞아 작업과 출하가 활발히 이뤄진다성수기에는 고정적으로 작업 인력을 운용하는 만큼 매일 작업을 해야 하고 토·일요일 연달아 출하하지 못하면 그만큼 상품성이 떨어지고 시세 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서울시공사는 개장일 감축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2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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