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달부터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화와 수급 조절 등을 위해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산지와 더욱 소통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공사는 오는 23일부터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무·배추·양파·깐마늘·팽이버섯·배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전자송품장을 도입한다. 더불어 향후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다음해에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자송품장 도입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 출하자에게 사용 이익 돌아가야

가장 먼저 대부분의 출하 농업인이 고령층인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입력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제도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인 만큼 점차 농산물 유통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다만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을 개선해 나감에 있어 내부 주체들이 따라갈 수 있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해야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적인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꼬집었다.

모든 출하자에게 명확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제도가 원활히 시행되기 위해서는 영향을 받는 주체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한다전자송품장 도입으로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공사나 시장 내 유통인들의 편의와 효율이 향상될 것은 명확하지만 영세한 출하자들과 저장시설 등 기반이 미약한 소규모 산지가 서울시공사가 주장하는 효용성을 실제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지와의 소통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도매시장 개설·관리자는 단순히 거래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매시장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각종 제도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의견 수렴, 교육 등을 진행해야 한다서울시공사가 직접 전국 각지의 산지와 제대로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 규칙 변경에 앞서 지자체나 농업인단체·산지조직 등과 연계·협업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자연스러운 농산물 수급 조절 기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서울시공사는 전자송품장 도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일부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을 찾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공사는 전자송품장이 정착돼 대부분의 출하자가 사용하면 출하 물량이 과도하게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 농산물 수급 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장식 서울시공사 현대화사업단장은 전자송품장이 도입되면 가락시장 전체뿐만 아니라 법인별로 반입 예정인 물량을 품목별로 출하자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전략적인 출하 선택이 가능하다추후 전국으로 확산해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전반적인 시세와 수급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자송품장의 이점을 설명했다.

또한 전자송품장을 사용하면 농산물이 가락시장으로 반입될 시간과 물량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운송차량의 출입순서, 위치 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거나 외부에서 대기시켜 시장 내 혼잡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공사는 전자송품장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조직화가 잘 된 대형 산지와 규모 있는 출하자들을 우선으로 사용률을 끌어올려 확산시킨 후 호응이 저조한 출하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교육과 홍보를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프로그램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의 출하자들의 경우 운송기사가 대신 출하 내역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송품장으로 등록한 상품을 운반할 때는 도매시장 내 주차 요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조치로 참여를 끌어낼 계획이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 3대 전략 중 하나로 농산물 거래 디지털 전환을 제시했다. 이에 세부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전자송품장 도입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출하정보를 디지털화한 전자송품장을 가락시장에서 시범 실시하고 출하정보에 기반한 출하·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2027년에는 전국의 도매시장에서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편 전자송품장 도입에 따른 편의성에 대해 기대하는 산지의 반응도 있었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표준송품장은 정해진 양식에 직접 작성하고 확인 후 운송기사에게 전해주는 통에 신경 쓸 게 많았다스마트폰만으로 입력이 가능하면 직접 출하 현장을 가지 않아도 내역만 확인하고 운송기사에게 배송을 맡길 수 있어 편리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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