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산농가 모두 동반성장 할 수 있게 장기적 대책 마련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충남지역 벼 매입 현장 모습
충남지역 벼 매입 현장 모습

‘수확기 쌀값 20만 원’이 무너졌다. 수급 상황은 ‘이상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산지의 불안감이 가격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 정곡 기준 4만9820원, 80kg 기준 19만928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일 5만4388원으로 80kg 기준 21만7552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기어이 정부가 약속한 20만 원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러한 가격하락의 주된 원인에 대해 현장에서는 불안감이라고 전한다. 2021년과 지난해 큰 폭의 쌀값 하락을 경험하면서 올해 초과생산 이야기가 나오자 또다시 쌀값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농업인은 벼를 내놓고 민간에서는 벼 매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농협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도 재고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벼 수매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0만5000톤 가량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농협으로의 쏠림이 심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농협의 같은 기간 재고는 12만2000톤(정부물량 8만 톤 포함) 정도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실상 올해 초과 생산량으로 예상되는 9만2000톤가량은 부족했던 지난해산 벼의 자리를 올해산이 채우면서 조기에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물량은 비공식적으로 5만~10만 톤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21만 톤가량을 더 수매했는데 실제 재고는 12만 톤 가량이 늘어나는데 그쳐 전체적인 수급은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격폭락의 경험과 심리적 불안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할인행사가 종료됐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면 차츰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의 불안감을 키운데는 소위 ‘가짜뉴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정부가 역대급 규모의 시장격리를 진행해 정부양곡이 많고 올해 생산량도 많은데 정부에서 올해는 시장격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불안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통계청의 예상 생산량이 370만2000톤으로 예상 수요량 361만 톤보다 9만2000톤가량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재고수준 등을 감안하면 시장격리 없이도 적정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정부양곡 재고와 관련해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공매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공공비축 산물벼 12만 톤 전량을 연내에 정부에서 인수하고 △정부양곡 재고 중 40만 톤을 사료용으로 특별 처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정부양곡 재고에 따른 우려 불식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농협의 수확기 매입물량이 지난해 대비 20만 톤가량 늘어 정부에서는 현장의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 8일 대책을 발표했다”며 “아직 대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내용을 안내하면서 산지 쌀값과 수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명환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벼 건조저장시설(DSC)까지 포함하면 농협의 시장점유율이 50%가 넘어가는데 판로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수매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협이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을 통해 마케터나 도매체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쌀시장이 단기가격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농협과 생산농가 모두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지난 21일 산지농협의 자금 부담 완화와 쌀 생산농가 소득지지를 위해 벼 매입자금을 당초 2조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추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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