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을 감축하면 저장성이 낮아 매일 출하해야 하는 오이·애호박·딸기 등 시설 과채류 생산 농가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진행한다면 출하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달 23일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제2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협의체 위원들은 지난해 2차례 진행한 시범 휴업 결과를 검토하는 한편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생산자 대표들은 공영도매시장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개설된 만큼 출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개장일 감축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하자의 피해가 발생함에도 개장일 감축을 꼭 진행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출하자의 피해를 명확히 파악하고 온전히 보전하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연호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과 관련해 전국의 오이 생산자, 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끝없이 전해진다”며 “신선 농산물을 재배하는 우리로서는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이 없다면 개장일 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차홍석 송탄농협 조합장 역시 “신선 채소는 수확 후 바로 소비지로 공급돼야지 현재 기술로는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저장할 방법이 없다”며 “가락시장 유통인들의 근로 여건이 열악한 것은 공감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근로조건과 환경·시설을 개선해야지 출하하는 농업인들에게 피해를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시장 자체적인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더불어 지난해 진행한 시범사업의 결과에 대해 서울시공사가 ‘물량은 감소했으나 단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당초 우려된 시범휴업 직후 홍수 출하와 가격 폭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신뢰성에 의문이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정적인 결론을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성출하기에도 시범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수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과장은 “두 차례의 시범사업 결과만으로 신뢰성이 부족한 데이터를 분석해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범사업 결과 피해가 없었다는 식의 이런 자료가 한두 개씩 쌓이다 보면 추후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문구의 정정을 요청했다.

시범 휴업 시 보완책으로 내놓은 정가수의매매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운영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이미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서울시공사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도매법인별·품목별 정가·수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가·수의거래 확대를 위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경남 서울시공사 유통혁신팀장은 “지난해 시범 휴업을 진행한 후 휴업 기간에 정가·수의거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함을 공감하고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법인별, 품목별로 TF를 꾸리고 출하자와 경매자, 중도매인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해 정가·수의거래가 상호가 인정하는 수준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은 농산물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며 존립에 대한 위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만큼 우선 시범사업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개장일을 감축하면 그만큼 유통인들도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현재 도매시장이 고령화되고 청년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인력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시범사업만큼은 기존 안대로 운영하고 그 결과를 통해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상호 간의 이해와 양보를 요청했다.

심상길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대아청과 분회장도 “제도 개선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인 만큼 시범사업마저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추후 시범사업 결과를 놓고 도입 여부를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미 한차례 공청회도 진행했으며 시범사업 계획이 모두 수립된 만큼 예정된 오는 3·4월까지는 시범 휴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하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서울시공사의 분석 결과 토요일에 휴업하는 경우 시세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도출돼 기존대로 토요일에 휴업을 진행한다.

협의체는 오는 3·4월 시범사업 진행 이후 결과를 검토하고 향후 도입 여부와 대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장식 서울시공사 유통물류혁신단장은 “아직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위한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고 산지도 출하 대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일부에서는 시범사업 이후 개장일 감축이 전면 도입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시범사업 결과를 검토한 후 점진적이고 장기간에 거쳐 진행한다는 것이 서울시공사의 기본 입장”이라며 개장일 감축 진행에 대한 기조를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