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중심으로 혁신·변화…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중앙회로 만들 것”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조합장과 함께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당선인은 1차 투표에서부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하게 했다. 강 당선인은 1차 투표에서 전체 1247표 중 607표를 얻어 과반을 넘기며 승리를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과반까지 불과 17표 차여서 선거장 안팎의 분위기는 이미 당선이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이어진 2차 결선투표에서 강 당선인은 유효표수 1245표 가운데 781표(62.7%)를 얻어 제25대 농업인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2위인 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327표, 2차 결선투표에서 317표를 얻어 30년만의 충남 출신 농협중앙회장 탄생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선증을 건네받은 강 당선인은 조합장들에게 큰절로 화답한 뒤 “농협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라는 뜻이자 지역농협을 위한 조합장, 농업인을 위한 중앙회로 혁신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약속한 100대 공약을 지키고 조합장과 소통하고 함께 해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율곡농협 5선 조합장인 강 당선인은 1963년생으로 경남 합천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농화학과를 다니다 대구 미래대 세무회계과를 졸업했다. 이후 농협대 협동조합경영대학원(10·19·22기)과 농협대 협동조합경영대학원 최고전략과정(1·5기)을 수료했다. 농협에서는 율곡농협 직원에서 상무를 거쳐 2006년 처음 조합장에 당선됐으며 경영개선 권고대상이던 율곡농협을 강소농협 반열에 올려놓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민신문사 이사, 농협대 협의회 의장, 농협전국품목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경남도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 경남도 농업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경남농협인사업무협의회 의장, (사)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사)친환경농업협의회 이사를 맡고 있다.

당선증을 건네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성희 제24대 농협중앙회장과 강 당선인

 

# 농축협 중심 농협으로 ‘변화와 혁신’

강 당선은 예비후보자 시절부터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농협의 지난 60년이 농협중앙회 중심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위해 지역 농축협이 중심이 되는 시간으로 새롭게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 당선인은 현장과 소통하며 농축협 발전과 조합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축협 지원 중심의 중앙회를 설계함으로써 농축협의 경쟁력을 키우고 유통혁신을 마무리할 것을 약속하고 조합장의 권리 회복, 조합장과 조합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조합장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를 위한 주요 공약은 경제사업과 관련해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을 통한 농축협당 200억~500억 원 지속 지원 △농협경제지주의 지도·지원 부문을 중앙회로 이관 △40kg 조곡 7만 원 유지·벼 매입자금 3조 원 12개월 지원 △거점 농기계센터 설립 △유통손실보전자금 10억 원으로 증액 △농산물가격안정기금 1조 원 적립 등이 있으며 교육지원 부문에서는 △무이자자금 20조 원의 지원기간을 3년 이상으로 확대 △예금자보호기금 요율 인하 △지자체 협력사업·농축협 자체 발전사업 등 교육지원사업비 지원 대폭 증액 △감사위원장·전무이사·사업대표이사 직선제 추진 △조합장 도지회장제 도입 △중앙

회 계열사 농축협 참여 확대 △조합장운영협의회 정식기구화 △2027년까지 농업소득 3000만 원 이상으로 제고 △지역농협 설립인가 기준 완화 △도시·농촌 농축협 간 경제사업 시설 공동투자·농산물 판매 등 지원 △도농상생기금 확대·도농상생예치금(상호특별회계 20%) 신설 등이 있다. 상호금융·보험·금융지주와 관련해서는 △상호금융자금 1조 원 추가정산을 통한 농축협 건전결산 지원 △조합 신축 시 300억 원 자금 지원·10억 원 예산 지원 △지역특성 고려 점포 환경개선자금 최대 5억 원 지원 △중앙회 예치금 감안 추가정산 배분시스템 도입 △농지 담보대출비율 상향 △기업대출·비이자사업 등 상호금융 업무영역 확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농축협 방카슈랑스 규제 대폭 완화·자동차 보험 진출 추진 △농작물재해보험 병충해 보상 확대 △농업수입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을 확정짓고 조합장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는 강 당선인
당선을 확정짓고 조합장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는 강 당선인

 

# 제도 개선 과제 많지만 ‘농협다운’ 농협 만들기 집중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부문 중앙회 이관과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 상호금융 사업영역 확대 등의 공약 등은 특히 눈에 띈다. 무이자자금 20조 원을 조성해 농축협당 200억~500억 원을 지원하고 보다 효과적인 농축협 지원을 위해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부문을 중앙회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지주이면서도 사업 성격보다는 지도·지원 기능을 보다 많이 수행하고 있는 경제지주를 놓고 지도·지원과 사업으로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사업영역은 많지 않다. 그나마 사업적인 성격이 강한 부서는 자재사업부, 에너지사업부와 마트사업 관련 부서 정도이며 대부분 부서가 지도·지원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기능을 중앙회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결과가 된다. 다시 말해 2012년 이후 이어진 1중앙회 2지주(경제·금융) 체제의 농협의 사업구조를 사실상 1중앙회 1지주(금융) 체제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그동안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사업에 대해 비효율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던 만큼 농협 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지만 이를 위해서는 농협법 개정이 불가피해 그 당위성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상호금융 사업영역 확대 공약도 금융지주 사업과의 경합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되며 현재 상호금융 사업 경영 여건을 감안할 때 농협 상호금융 부문만의 경쟁력 확보와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은 녹록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별회계 담당부문인 상호금융을 독립된 별도 회계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라면 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과거에도 진행됐던 연합회로의 전환, 현 체제 유지 등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어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다.

이외에도 조합 설립인가 기준, 조합원 자격, 조합장 3연임 제한 폐지 등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들이 있다.

이같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강 당선인의 공약이 농협 안팎에서 큰 호응은 얻은 이유에 대해서 농업인·농축협, 농산물 유통활성화 등 농협의 본래적 역할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농축협의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활성화 시킴으로써 농축협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를 조합원의 권익 증진과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강 당선인이 취임하면 농협은 내부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약이 많은 만큼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하나 하나 풀어간다면 보다 나은 농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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