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농업·농촌종합대책안으로는 농정불신의 해소와 농정혁신을 통한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재검토 돼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지적은 농정연구센터가 지난 1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룸에서 개최한 `농정혁신의 조건과 과제:농업·농촌종합대책안의 비판적 검토''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됐다.

정영일 서울대 교수는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이번 대책안이 정책형성과정이나 정책체계, 집행방식에 비춰 볼 때 농업인의 농정불신을 불식시키고 농정혁신을 통한 농업위기와 농촌공동화를 막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향후 10년간 농업·농촌의 선진화를 추진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농업·농촌종합대책안의 문제점으로 종래의 농정 성과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중장기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부족과 농업생산과 농가소득문제에만 편중된 정책틀을 벗어나지 못해 정책의 실효성이 우려되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또 국민적 합의 없이 농림관료 중심으로 대책안이 마련돼 정책형성 과정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으며, 정책추진방식도 여전히 중앙정부주도와 부처할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분권화와 국가균형발전이 강조되는 국정운영방향과 배치되며, 10년간의 중장기 정책이 일관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부차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농업·농촌발전은 정부와 농업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부담에 관한 합의가 우선 도출돼야 한다”며 “대책안도 연내 확정보다는 새로운 기본법의 제정논의와 연계해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참가한 독립된 기구의 논의를 거쳐 내년까지 중장기대책 수립작업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의 농정 범위에 대해 △농산물의 생산·공급에 관련된 농업정책 △국민의 식생활을 안정시키고 안전한 식품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식료정책 △농촌지역사회의 유지를 위한 주민생활여건과 지역경제기반을 이룰 다양한 산업활동여건을 조성할 농촌정책 등 3가지의 영영에 걸쳐 균형 있는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그는 농업정책분야의 경우 국민식료의 안정공급,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지원, 농업구조개선, 환경친화적 영농관행의 정착 등을 주요 과제로 들고 이용규제 중심의 농지제도 개편, 경영단위의 품목불특정보전방식의 농가소득보전 전환, 추적가능성의 확보와 표시제의 정착, 농업·농촌기본법이나 양곡관리법에 중요 식료의 공공비축 의무화 규정 신설, 적정규모의 공공비축제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함께 정 교수는 “농촌정책은 농업·농민이라는 부문접근의 좁은 틀을 벗어나 지역사회의 유지·발전이라는 공간접근의 틀 아래 비농업인을 포함한 지역주민 전체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모든 농촌·농가를 지원해야만 한다는 농정 방식을 결국 자생력을 잃게 하므로 능력 있는 농촌·농가 위주로의 육성돼야 한다”며 “특히 농업문제는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금 투입이 요구되므로 정부와 농업인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춘성 전국농업기술자협회장은 “소비자이면서 납세자인 국민이 농업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농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따라서 농정방향도 국민 모두의 바램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건국대 명예교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없는 이번 대책안이 농민의 불신과 국민의 무관심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농민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면서 국민적 공감대 확대를 통해 보다 많은 투융자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