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수입 의존도 91%
막대한 연구개발비·인력투자 여력 부족 '한계'

정부 연구개발비 지원 지속적 이어졌지만
규모나 관심도 측면서 아쉬움

원제 수입 의존은 수급
특히 가격 측면서 한계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작물보호제 수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103.2%) 성장한 49900만 달러(6487억 원)를 기록했다. 팜한농의 신물질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가 남미 시장 개척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

잘 만든 신물질 원제 하나로 고무적 성과를 내자 정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수출전략형 신작물보호제 기반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신규 편성하는 등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신물질을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작물보호제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는 녹록지 않은 과정들이 산재해 있다. 이에 우리나라 작물보호제 신물질 개발 여건과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신물질 개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물질특허제가 오히려 촉진제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작물보호제 신물질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국내에 물질특허라는 개념이 정확히 잡혀 있지 않아 약효 좋은 선진국의 기술과 제품의 복제가 가능했다. 전세계의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동일 성능으로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의 연구·공급이 이뤄지고 있던 때, 선진국의 메이저 작물보호제 제조사들이 칼을 빼들었다. 제품특허 외에도 물질에 대한 특허를 도입하라는 요구였다.

결국 1987년 국내에서도 물질특허 제도가 시행됐고 신물질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보다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과학기술처 인가로 8개 산업체가 참여하는 한국신농약개발연구조합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연구인력과 시설 확충도 이뤄졌다. 1976년 설립돼 1982년부터 신작물보호제 연구개발을 이어왔던 한국화학연구원도 이 때부터는 신물질 개발에 조금 더 무게추를 두기 시작했다.

한국신농약개발연구조합을 중심으로 산··연이 공동으로 4개 계통의 신작물보호제 개발에 매진했고, 비슷한 시기 한국화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도 신물질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결국 상품화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 정부도 자인한 ‘G7프로젝트실패

그러던 중 1992년 정부 주도 하에 세계 7대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10년간 추진된 ‘G7프로젝트에서 작물보호제 신물질 개발은 의약 분야와 함께 묶여 연구가 시작됐다. ‘신의약·신농약 제품 개발을 사업명으로 해 산··연이 공동 참여했으며 작물보호제 분야는 1997년까지 6년간 무공해 생물농약과 피라졸레이트계 살충제,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 등 3개 분야의 집중 탐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2005, 이를 총괄한 과학기술부는 1990년대 이후 진행된 대형국책연구사업들의 성과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해당 사업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자인했다. 과학기술부는 전략적 과제 선정을 통한 장기적 안목에서의 기술개발이 미흡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마저도 모두 신의약 개발 부문에 대한 평가일뿐 작물보호제 신물질 개발에 대한 언급은 쏙 빠져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실제로 연구 지원을 받아 목표 달성에 성공한 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작물보호제 업계에 몸담으며 G7프로젝트를 유심히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물질특허 제도가 시작된 이후 완전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기술 축적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G7프로젝트의 6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의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아 작물보호제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적었다는 점을 눈에 띄는 결실을 내지 못한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G7프로젝트로 국내 신물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관련 연구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됐다는 건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성과였다.

 

# 수출 목표 기술개발 사업 본격 추진

이후에도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그 규모나 관심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속내다.

작물보호제(화학농약) 신물질 개발과 관련한 정부 연구비는 2010년까지 산업부(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연 20억 원 규모로 지원되다가 이후 점차 줄어 현재는 그 절반인 연 10억 원 정도로 축소됐다. 그마저도 현재 진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는 내년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이 농업 관련 부처로서는 처음으로 내년부터 수출전략형 신작물보호제 기반기술 개발이라는 사업명으로 신규 과제를 시작한다. 신속 평가·예측 기술 개발 평가 부문에서 5개 과제 후보물질 개발 부문에서 4개 과제를 추진하며 첫 해에 40억 원, 2028년까지 5년간 총 2532800만 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합성화합물 농약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하 기관·단체 등의 관심과 지원이 미약했던 터라 산자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다이번 수출전략형 신작물보호제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농업 관련 부처들이 좀 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식품부와 농진청 등의 작물보호제 개발 기술지원 또는 사업화 지원은 있었지만 모두 생물농약에 국한돼 있었다. 일각에선 친환경 농산물 인증·확산을 이끌어온 정부가 이와 배치되는 화학농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소극적이었을 것이란 추측만 있을 뿐이다.

 

세계 작물보호제 시장의 메기를 꿈꾸다

# 원제 수입 의존도 91% ‘이대론 안돼’ 

우리나라가 신규 원제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농업인에게 더 안전하고 약효 좋은 작물보호제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원제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특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작물보호제 원제 수입 의존도는 91.2%에 달한다. 한국작물보호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원제 총 수요는 8808억 원이었고, 이 중 수입 원제 수요가 8036억 원, 국내 합성원제 수요가 1544억 원이었다. 최근 5년간 국내 원제 자급률이 2%대에서 8%대로 올라가면서 수입 의존도가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신규 작물보호제에 대한 세계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작물보호제의 안전성·꿀벌 독성 이슈 등이 지속되고 있고 저항성 잡초·세균·해충 등의 발생 증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친환경적이고 독창적 구조의 신규작용점 작물보호제를 개발한다면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충분히 시장을 뒤흔들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명확한 한계 속에서 우리 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7종의 신물질 작물보호제 원제가 개발됐다. 이 중 목우연구소의 포아박사와 팜한농의 테라도는 엄격한 기준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록 쾌거를 이루며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신물질 개발을 시작한 때로부터 벌써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과다. 이렇게 개발이 더뎠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시간·인력 투자 여력 부족 등이 꼽힌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신작물보호제 개발에는 10년가량이 소요됐고 비용은 300억 원 정도였다. 하나의 작물보호제가 제품화돼 시장에 선보여지기까지 성공확률은 2만분의1이었다.

하지만 등록과 사용을 위한 각국의 독성·환경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개발이 까다로워졌고 품목당 개발 기간과 투자 비용은 더욱 늘어났다. 현재 신작물보호제 개발 기간은 10~15, 비용은 37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성공확률은 14만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농협케미컬과 팜한농, 경농 정도를 제외하면 매출액 1000~2000억 원 정도인 국내 작물보호제 제조사들로서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매칭 투자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도 1~2곳에 불과한 셈이다.

 

# 글로벌 시장 체급 차이 극복 관건

현재 글로벌 작물보호제 시장은 상위 10개의 기업이 매출액 기준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R&D 비용은 규모부터가 다르다.

2022년 전세계 매출액 1위인 신젠타는 매출액의 5.8%94000만 달러, 한화로 약 12220억 원(환율=1300원 기준)R&D 비용으로 재투자 했다. 2위인 바이어는 그보다 더 많은 98900만 달러(12857억 원), 3위 바스프는 59900만 달러(7787억 원)R&D에 쏟아부었다.

국내 시장은 협소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신물질 개발이나 이를 위한 신규 설비투자 등에 더욱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기술이나 기초 연구를 위한 데이터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절대적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국내 작물보호제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수급이 경쟁력인 시장에서 신규 원제를 개발해 독점적인 제품으로 경쟁한다면 그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바스프와 코르테바는 살균제, 스미토모화학은 살충제 등 자신들이 개발에 성과를 이룬 분야에서 계속해서 가지를 뻗어나가며 여러 조합을 통해 신물질을 개발해 낸다결국 신물질도 기존 물질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류 또는 변형일텐데 우리는 그 기본 데이터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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