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까지 겹치며
습도 높아져 주요 과채류 생육 부진
병충해 창궐로 수확량 급감
상품성까지 떨어져 농가 손해 가중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올해 초 전국적인 일조시간 감소로 수박·참외·토마토 등 과채류 작황이 부진해 농가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지난 1~2월 일조시간은 302시간, 경남 지역은 301시간으로 평년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경북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조시간이 509시간으로 최근 10년간 측정한 같은 기간 일조시간 가운데 가장 적었다. 여기에 지난 겨울에는 ‘겨울장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높았다.
이처럼 일조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잦은 비까지 겹치며 시설 내 습도가 높아져 주요 과채류들은 수정 불량, 생육 부진과 병충해 창궐로 수확량이 급감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박 출하를 시작하는 함안 지역은 수박 생산량이 평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경남, 전북 지역에 이어 이달 중순 수박 출하를 시작했을 충남 부여 지역 역시 지난 2월 중순 강수량이 평년보다 5배나 증가한 반면 일조시간은 17시간으로 평년 82시간보다 79% 감소했다. 이 때문에 평년 95~98% 이르던 수박 수정률이 70~80%대로 하락했다. 생육도 부진해 평년 5~7kg선이던 수박 평균 무게도 올해는 3~5kg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1900여 재배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정치면 부여 수박연구회장은 “수박은 온도가 낮고 다습한 환경에서 탄저병이 쉽게 발병해 올해 같은 경우 탄저병 창궐로 곰팡이가 피는 사례가 많았다”며 “착과도 늦어져 수확 기간이 평년보다 지연되고 불규칙한 생육으로 상품성까지 떨어져 농가의 손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여군은 현재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특정 품종의 문제로 1년 내내 시세가 폭락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토마토·방울토마토 농가 역시 올해 작황 부진까지 이어져 더 큰 근심에 빠졌다.
정택준 부여 세도공선회 회장은 “하나의 화방에 보통 13송이가량의 방울토마토가 맺혀야 하는데 올해는 대부분 10송이 아래로 맺혀 생산량이 20% 이상 줄었다”며 “일조량 감소로 농작물 병해가 심해 평년보다 작물보호제를 더 사용하다보니 생산비가 늘었지만 정작 내다 팔 물건은 줄어 농가 수지는 악화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재해보험은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피해에 보상 기준이 없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지에서는 재해보험 개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남·경남 등 지자체 차원에서 정부에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재해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건의했으며 재난지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장은 “보강등 설치, 시설 외부 세척 등 일조량 감소를 대비한 대책들이 제시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대다수의 농가에서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률적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평년에 비해 줄어든 생산량과 불량품에 대해서는 피해 보상을 해주도록 정부 관계자 등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