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안정이냐, 감소 초래냐
"농산물 안정적 수급관리 도움안돼"
"생산조정이라는 사후대책 균형있게 들어있어"
[농수축산신문=이한태·박세준 기자]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등 5건의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의결하면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60일이 경과하도록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양곡관리법, 농안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농어업회의소법안’,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등 5건의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등 5건의 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쌀을 포함해 가격변동성이 매우 커 농업경영을 위협하고 있는 농산물에 대해 농가 경영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라며 “생산비와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한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시장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정부분을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농산물 가격안정을 통한 농가경영위험 감소와 지속가능한 농산물 생산 토대 구축, 주요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식량안보 확대 등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의원들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한다’는 내용이 또다시 포함됐다”며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은 과잉생산을 부추겨 농산물 가격하락,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관리나 농업·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농업인단체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농업인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의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전국 단위 회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이후 내놓겠다고 전했다.
조희성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지난해에는 쌀값이 5% 이내에서의 하락이 반복될 경우 정부지원도 없이 쌀값이 무한정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정을 요구했는데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기준가격 부분이 보완돼 최소한의 조치가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이 상당수 전해지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전국 단위 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최종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보다 후퇴한 개정안”이라며 “지난해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이 국회에 제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대로 추진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쌀 매입 등으로 예산이 집중될 경우 축산 분야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반대의 입장을 전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는 농업계 전문가의 입장도 나뉜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통해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하는 등 수급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데 이해관계자와 관료 등으로 이뤄진 임시조직이 양곡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측·관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가격보전으로 생산자를 보호하면 이같은 조치를 농산물 전체 품목으로 확대하라는 요구가 분출될 수 있고 비농업 분야까지 요구가 확산될 경우 국민 전체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시장격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논의되고 있지만 콩, 밀 등 타작물 재배에 대한 직불제 확대 등 사전생산조정제도 들어있다”며 “생산조정이라는 사전대책과 시장격리라는 사후대책이 균형있게 들어있다”고 옹호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가소득 안정을 바라는 게 정치권의 의견이겠지만 우리나라 농업의 구조조정, 예산부담 등을 고려해 정부나 관계기관이 심도 있게 논의해 시행령 등으로 최대한 부작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