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에 맡기는 ‘책임수정’에서 더 섬세한 개량 위해 직접 정액 선발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저는 처음부터 목장의 후계자로 일을 배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성인이 된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를 경험하다 보니 관심이 생겼죠. 한국농수산대에서 대가축을 전공했는데 실습수업을 통해 배운 가축개량을 우리 목장에 적용해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습니다.”
나대성 천해목장 후계자는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벌써 6년 경력을 쌓은 축산인이다. 아버지 나형규 천해목장 대표에게 목장 일을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나 씨의 축산인생을 들어봤다.
# 첫 출품우,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
천해목장은 지난해 개최한 ‘제26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한 개량 선도 농가다.
나 씨는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개량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며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개최하는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 첫 출품한 개체가 농식품부장관상을 받아 지금까지 들인 노력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강선발을 유지중인 천해목장은 지난해 평균 성적은 도체중 516kg, 등심단면적 109㎠, 근내지방도 7.9의 이었으며 지난해 상을 수상한 출품축의 성적은 도체중 606kg, 등심단면적 150㎠, 근내지방도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그는 “현재 천해목장은 강선발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기준은 도체중 480kg, 등심단면적 110㎠, 근내지방도 7~8등급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도태하고 있다”면서 “등심단면적 혹은 근내지방도가 월등히 뛰어난 개체는 다른 성적이 조금 안 좋아도 도태시키지 않고 개량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우 개량에 직접적으로 뛰어든 나 씨는 “개량과 관련된 가치관에 있어 아버지와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충분한 대화와 시간을 갖고 목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며 “더 좋은 성적으로 증명한 결과 아버지가 수긍하고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들을 지지해 주고 있다”고 개량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 ‘책임수정’에서 ‘직접 개량’으로
나 씨가 목장에서 일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수정에 관한 것이다. 나 씨가 후계자 수업을 듣기 전까지 수의사에게 정액 선발을 맡기는 책임수정을 지속했지만 나 씨의 의견으로 직접 정액을 선발해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
그는 “책임수정으로도 개량은 가능하지만 조금 더 섬세한 개량을 진행하기 위해 직접 정액을 선발해 수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더 좋은 능력의 개체들을 만들기 위해 좋은 성적이 나온 개체들의 부모나 씨수소 조합 등을 참고해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량을 위해 시작한 공부지만 흥미를 느껴 앞으로도 꾸준히 개량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는 나 씨는 개량을 통해 좋은 성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개량을 처음 배웠는데 목장에 들어와 직접 정액을 선발하고 이론을 응용해 개량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며 “특히 내가 직접 정액을 선발해 키운 개체의 성적을 수치로 확인하니 기분이 좋아 개량에 대해 더 파고들게 됐다”고 개량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목장경영 위해선 ‘돈의 수치화’ 필수적
나 씨는 한우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한우의 방향성은 고급화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는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고급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농장의 경영적인 부분을 놓치면 투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 씨는 매년 아버지와 함께 연말에 생산비와 지출, 매출 등의 정보를 수치화해 목장의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그는 “목장경영을 위해선 반드시 돈의 흐름을 수치화해 알고 있어야 한다”며 “‘대충 어느 정도 된다’라는 식으로 운영하면 지출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씨가 목장경영의 일환으로 지속 중인 천해목장만의 연말정산은 그 해의 흐름을 아는 것과 동시에 다음 해의 방향성을 정리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는 “정산을 통해 지출이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어디에서 돈을 절약할 수 있을지, 수익이 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목장의 상황을 수치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