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구매자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시…생산자 조직화 '급선무'
온라인 거래 활성화 위한 수산물 표준화·등급화 서둘러야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 개장은 수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가안정에 기여하고자 추진되는 정책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집하기 위한 대책과 함께 산지의 유통효율화를 위한 생산자 조직화, 온라인 거래를 위한 수산물의 표준화·등급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판·구매자 인센티브 마련해야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이 조기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온라인 도매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3년간 시장사용료에 해당하는 플랫폼 이용수수료 0.3%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수산물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0.3%의 수수료 면제가 기존의 판매망을 버리고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뛰어들 만큼 매력적인 혜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거래할 품목으로 유력한 마른김은 최근 김 수출 증가세 등에 따른 수요증가로 가격이 상승세에 있다. 즉 생산만 하면 판매에는 문제가 전혀 없는 수준이기에 출하주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유인이 크지 않다. 또다른 유력품목인 천일염 역시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출하주 입장에서 신규 판로를 확보할 필요성이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도매시장 판·구매자에 대한 지원사업에 더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시, 판·구매자 모집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판로를 바꿀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당할 수밖에 없기에 공급과잉이나 판로부족 등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기존 거래선을 바꾸지도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출하주나 구매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지원사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산지 생산자 조직화 이뤄져야
수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산물 산지의 생산자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품질관리 등을 위해 판매자 등록이 가능한 경영체의 기준으로 연간거래금액 20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물 생산자들은 산지 조직화를 통한 물량 규모화를 이루지 못한터라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직접 출하할 수 있는 경영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수산물 유통의 효율화와 어업인 수취가격 제고를 위해서도 생산자 조직화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수산물 유통은 산지 위판장에서 1차적으로 경매가 이뤄지고 중도매인이 수집·분산하며 소비지의 도매시장에서 다시 경매 또는 정가 수의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어업인은 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데다 구매자와의 협상에서 교섭력이 전혀 없는 실정이며 복잡한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한 사례인 농업부문에서는 생산자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농가의 수취가격을 높이고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중심으로 산지조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반면 수산업계에서는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 건립이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공동선별·공동출하 등 생산자 조직화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FPC 중 모범사례로 꼽히는 한림수협 역시 FPC 운영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생산자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어업인의 수취가격을 높이는데는 제한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수산물 등급화·물류 표준화 필요
향후 농수산물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는데 대응, 수산물의 표준등급을 마련하고 물류를 표준화하는 작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수산물은 품위에 따른 표준화된 등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생산량이 많은 대중성 어종도 등급화가 안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온라인 거래에 있어 구매자가 품질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온라인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물류나 포장의 단위가 다르다는 점 역시 온라인으로 거래를 하는데 제약요소가 된다. 여러 해역에서 생산되는 어종은 해역 또는 지역에 따라 거래단위가 다른 품목도 많다. 이는 온라인을 통한 거래시 물류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수산업계 한 전문가는 “제품의 품질을 객관화하고 이를 보증할 수 있다면 온라인 거래에는 문제가 없고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조율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거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수산물은 규격화와 등급화가 어려운데다 구매자들이 어획시기와 보관시기 등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온라인 도매거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기술발달과 유통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온라인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산물의 표준화·등급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