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꿀벌들…밀원수 식재로 양봉산업·꿀벌 살려야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11년 전 양봉에 뛰어들 당시에는 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처음 벌 한 통을 사서 조그맣게 운영하려던 것이 현재 약 400봉군까지 늘어났습니다. 꿀만 생산해서는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5년 전부터는 화분매개벌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천안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지연수 허니야농장 대표는 꿀보다는 화분매개벌에 중점을 둔 양봉농가다. 일반 시민들은 양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꿀을 떠올리지만 현장에서는 화분매개벌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화분매개로서의 가치를 지닌 꿀벌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지 대표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화분매개벌

“매년 약 400봉군 중 70~80%를 화분매개벌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분매개벌은 수박, 참외, 딸기 등 과수 재배 농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데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화분매개용 벌이 부족해 농가에서 원하는 물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지 대표는 점점 화분매개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화분매개벌을 공급할 수 있는 양봉농가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화분매개벌 공급 계약은 1년 전 미리 이뤄진다.

“아직 꿀벌이 얼마나 생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가들과 계약을 하다 보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꿀벌 생산이 적어 계약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다른 농가의 꿀벌을 매입해 물량을 채우다보니 농가와의 신뢰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지 대표는 농가들의 한 해 농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본인이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계약한 공급량은 반드시 채운다. 그는 화분매개벌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2022년 봉군당 15만 원 선에서 계약되던 꿀벌들이 부족해지면서 올해는 20만 원대까지 시세가 올랐습니다. 아까시나무의 개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고 이상기온 현상으로 월동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꿀벌 수가 많이 적어졌어요.”

# 부족한 밀원수, 정부 지원 필요

“제가 직접 밀원수를 심고 싶어도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산에는 산주가 존재하고 밀원수를 심으려면 허락이 필요한데 산주들이 밀원수를 심으면 양봉농가들이 찾아온다고 허락을 안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지 대표는 양봉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인 모자란 밀원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어도 승낙을 받기 어려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밀원수가 있는 산에 양봉농가들이 자리를 잡으면 땅을 판매할 때 세금이 더 많이 붙어서 산주들에게는 양봉농가가 기피 대상이 돼버렸어요. 밀원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봉과 관련된 지원은 거의 전무해 농가들은 맨바닥에 헤딩하는 기분입니다.”

양봉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밀원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다.

“양봉농가 중 자기 땅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전부 남의 산을 빌려 양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밀원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만큼 밀원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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