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 기자]

한우 가격 폭락으로 1만 명 이상의 한우농가들이 상경집회를 벌인 가운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예고되고 있어 한우농가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3일 버스 300대, 소 반납 차량 등을 동원해 한우농가 약 1만2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같은 한우농가들의 울부짖음 속에도 도축마릿수 증가로 한우 가격 추가 하락이 예고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 따르면 올 추석 시즌(추석 당일 1~8주전) 도축마릿수는 지난해보다 2.5~8.7% 증가한 19만6000~20만8000마리로 예상된다.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거세우의 평균가격이 kg당 1만7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시즌에도 출하량 증가로 거세우 평균 도매가격이 1만7000~1만7500원 선을 보여 사실상 명절 특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축산경제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병규 농협 축산경제 한우국 연구위원은 “한우 가격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 거세우 도축마릿수가 줄고 있는데 문제는 도축 지연된 물량이 추석 성수기에 출하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명절 특수를 기대해 출하를 늦출 경우 홍수 출하로 예상보다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분산 출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출하적기인 30~31개월 수소(거세포함) 사육마릿수가 4만1700마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7% 많음에도 최근 거세우 평균 출하월령은 32개월로 지난해 동기 대비 0.7개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해는 추석 성수기 직전 일본 원전 오염수가 방류돼 수산 선물세트의 소비가 줄었고 사과·배 선물세트 가격이 출하량 감소로 크게 상승해 상대적으로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했다”며 “올해는 지난해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과일 수급이 정상화된다면 한우 가격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추가적인 한우가격 하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렇다할 한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아 한우농가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생산비는 폭등한 반면 한우 도매가격은 하락해 소 1마리 출하마다 230만 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며 “후손에게 안정된 한우산업을 물려주고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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