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물 없는 전통막걸리로 '승부'…지역축제서 인기몰이
지난해 기준 40세 미만 청년농업인 인구는 약 3만9000여 명으로 전체 농업인 중 2.4%에 불과하다. 갈수록 청년농업인들이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청년농업인들은 과거에 비해 전통농업이 아닌 농업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군으로 보다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농업의 형태를 보여주며 농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생각으로 무장하고 농업농촌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을 입혀 농업을 일구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들어 본다. <편집자주>
24살에 우연히 만난 전통주 연구가의 동동주를 맛보고 그 길로 전통주에 빠져 대한민국 최고의 막걸리를 빚겠다고 결심한 청년은 10년간 전통주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민간 양조장을 거쳐 8년의 연구원 생활까지, 그의 꿈을 완성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은 고향인 가평에서 가평산 멥쌀과 찹쌀, 우리밀로 빚은 전통 누룩, 토종 효모만을 사용해 일체의 조절제나 감미료 없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탄생시켰다.
전통방식으로 빚어낸 술로 MZ들에게는 ‘힙한 막걸리’로, 기성세대에겐 깊은 맛이 있는 ‘막걸리’로 각광받고 있는 국도막걸리를 제조하는 정대현 국도양조장 대표를 만나러 가평으로 가 보자.
#가장 한국적인 막걸리, 전통방식으로 빚은 ‘국도막걸리
"누룩 국(麴)에 벼 도(稻)를 조합해 지은 국도라는 이름에는 ‘우리 술의 기본, 근본을 이어가자’는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네 번의 담금과정을 거친 국도 막걸리는 전통주를 향한 신념과 꿈이 집약돼 있습니다.”
“시중의 막걸리들은 일본식 개량 누룩을 사용합니다. 100년 가까이 이어온 방식이지만 기실 우리 전통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세계의 유구한 전통주들을 보면 고수하고 있는 자국만의 방식과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유한 정서와 전통을 담은 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부재료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누룩과 햅쌀로만 양조하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술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정 대표는 프리미엄 막걸리의 순도높은 맛을 위해 물맑은 가평에 자리를 잡았다. 가평의 청정 자연이 자신있었던 정 대표는 고향의 농산물로 만든 술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매년 생산되는 가평의 햅쌀로만 술을 만듭니다. 묵은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선한 맛이 느껴진다고 고객들이 평가합니다. 꾸덕한 스타일의 막걸리를 만들고 있어서 기존의 막걸리와는 차별화가 느껴진다는 단골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도양조장은 2021년 8월에 문을 열어 첫해 1만 병을 생산했다. 막걸리를 생산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만5000병을 생산하며 매출 1억을 달성한 국도양조장은 올해 매출 2억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을 거쳐 대학원까지, 전통주를 향한 끝없는 노력
정 대표는 24살 때 우연히 고문헌을 토대로 빚은 전통주 연구가의 동동주를 맛보고 전통주에 빠져버렸다. 식품과 발효에 대해 공부하며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8년간 전국의 유명한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전통주의 모든 것을 습득했다.
“농진청 연구원 시절에 쌀에 대한 양조적성 연구에 참여했는데 섬광쌀이 가장 적합한다는 결과를 도출했어요. 국도막걸리의 주재료인 섬광쌀을 찾아낸 것이죠. 끊임없이 공부해도 새롭게 아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좋은 술을 빚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는 국도양조장 문을 열고서도 전북대 식품공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며 술에 대한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가평농산물로 만든 로컬푸드
국도양조장은 로컬푸드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가평을 기반으로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도막걸리는 로컬푸드로 원료에서 생산까지 지역특산물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고 지원금도 받으면서 사업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지자체와 가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 대표는 가평군에서 실시한 농민 장터가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역축제가 가평군민 농업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줍니다. 올해 봄 열린 가평군 자라섬 정원축제에서 열린 농민 장터에 지역농산물만 사용하는 농업인 자격으로 참가했는데 매출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도막걸리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은 가평군민보다는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기 때문에 지역축제나 장터는 큰 도움이 됩니다.”
고객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국도막걸리 전용 보냉백도 가평군농업기술센터의 패키지 지원사업으로 탄생했다.
“제대로 된 로고가 없었는데 기술센터에서 지원을 해줘서 로고를 만들고 택배상자와 전용 보냉백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체험 양조장, 스모크 하우스 등 연계 프로그램 개발 ‘기대’
정 대표는 신규 청년농업인들에게 충분한 공부와 사전 준비는 물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농업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에서 농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충분한 공부와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양조장을 창업할 때 연구원 생활을 비롯해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국도양조장을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사업의 시작과 수익창출은 물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농업을 시작해야 어떤 문제에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가평군 4-H의 부회장은 맡고 있는 정 대표는 지역 청년농업인들이 모여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4-H 활동을 한지 3년 정도 됐는데 의지가 많이 됩니다. 양조장 사업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서면 지역의 청년농업인들과 연계형 체험사업을 하고 싶어 많이 상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평에서 생산되는 쌀로 술을 빚고 있는데 나중에는 가평산 자두나 사과 등을 이용해 증류주나 소주를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인근 딸기밭에서 체험을 마치면 양조 체험을 하는 형식으로 연계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 대표는 막걸리가 프리미엄 주류로 거듭나 스모크 하우스와 함께 경영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바베큐는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막걸리도 정말 어울림이 좋은 주류입니다. 주변에 펜션이 많은데 스모크 하우스를 지어서 막걸리와 함께 포장 판매를 하거나 술과 음식을 펜션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전통술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싶습니다.”
[미니인터뷰] 정경태 가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육성팀장
-지역농산물 활용한 농업브랜드 정착·확장 지원 '최선'
“정의현 대표는 가평군농업기술센터가 2021년에 진행한 ‘농산물가공 창업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국도양조장’이라는 브랜드 네이밍, 상품명, 로고와 라벨 구축, 주류면허 취득과 영업 신고까지 함께했습니다.”
국도양조장의 시작을 함께한 가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농업인들을 담당하고 있는 정경태 가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육성팀장은 가평군의 청년농업인의 육성사업은 꾸준한 지원과 교육을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는 가평 관내 청년 4-H연합회와 학교4-H회를 대상으로 역량강화를 위한 과제교육을 꾸준히 지원, 올해는 1개소당 500만 원씩 총 3개소에 15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국도비 사업으로 이뤄지는 ‘청년농업인 4-H회원 신규 영농정착 시범사업’으로는 1개소에 자부담 포함 3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서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농업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농업브랜드 정착, 확장 도모에 많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팀장은 가평에 제2의 정의현이 나올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지속적인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청년농업인 회원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최신 분야와 관심 분야의 역량강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생각처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농장형 지원사업과 함께 청년농업인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도 같이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가평의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함께할 사업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을 시작하고 싶은 청년농업인이라면 가평을 주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