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제일 즐겁고 열심인 청년 농부…도라지 생산~마케팅까지 ‘일당백 핵인싸’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4-H 이천시 연합회장, 이천을 대표하는 여자축구팀 FC우먼파워 감독, 동영상 크리에이터. 많은 직함을 갖고 있는 이정남 길경영농조합법인 부장은 감성농부를 표방하는 14년 차 농부다.
이천에서는 핵인싸 농부로 통하는 이 부장은 도라지 농사와 가공품을 만드는 가족기업의 일원으로 도라지 생산에서 도라지 가공제품의 홍보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후회의 양을 줄이자’는 인생 모토로 자신이 선택한 농업에서 최고의 농부가 돼 보이겠다는 이 부장을 만나러 이천으로 가 보자.
#‘처가살이’ 아닌 ‘꿈을 이뤄가는 여정’
“서울 촌놈이에요. 워낙 적응을 잘해서 이천이 제 고향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결혼 후에 아내를 따라 처가로 내려왔습니다. 남들은 처가살이라고 하지만 저는 감히 제 꿈을 이뤄가는 꿈의 여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밝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어디를 가든 사람을 몰고 다니는 이 부장은 본래 체육전공자로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를 했다.
“축구를 하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공부를 해서 체대를 갔습니다. 체대를 졸업하고 체육회에서 일을 하다가 아내를 만났어요. 결혼을 하면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아내를 따라 이천으로 왔습니다.”
도라지 농사를 짓던 처가에서 도라지 가공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일손이 모자라 도움을 요청한 처가로 귀향한 이 부장은 길경영농조합법인의 도라지 생산현장으로 바로 투입됐다.
“처음에 와서 도라지 농사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해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50년 동안 도라지 농사를 지은 장인어른을 따라 농사를 배웠습니다. 도라지 가공을 제대로 시작하면서 마케팅과 판로개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인터넷으로 작업을 하면서 정말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이 부장이 길경영농조합법인에 합류하면서 10년간 매출액은 10배 이상 올라갔다.
“제 덕분은 아니죠. 그렇지만 매출액 상승에 일조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면서 ‘도라지’를 위해 발로 뛰고 또 뛰었습니다.”
#도라지 생산에서 마케팅, 라이브 커머스까지 ‘일당백’
10년간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나면서 매출 10억 원의 농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꾸준함과 도전이 중요했다는 게 이 부장의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한 것 같습니다. 길경영농조합법인의 도라지는 정말로 품질이 좋은데 부가가치를 내려면 가공품을 만들어야 했고 판로가 없으니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홈쇼핑, 라이브 커머스 등 판로 확대에 매진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 가족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가족들이 직접 각 유통업체 문을 두드리고 MD들을 만나 제품을 홍보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할 때는 무대를 직접 세팅하고 제가 판매자로 나섰습니다.”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존의 브랜드에서 지금의 ‘청청하루’로 브랜드 작업도 다시 했다.
“판로가 늘어나면서 길경영농조합법인의 제품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청청하루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원래 도라지가공제품은 ‘심심산천’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했는데 가족들이 모두 모여 ‘목이 맑아지는 도라지, 청청하루’로 대표 브랜드를 바꿨습니다.”
지역마다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빠짐없이 참여해 청청하루를 홍보하고 확보된 판로에서는 재구매가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했다.
“지역 장터에서는 직접 소비자들에게 구전마케팅을 했습니다. 네이버 스토어, 쿠팡,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통해서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인스타에는 제품을 직접 올리지 않고 땀을 흘리며 도라지 농사를 짓는 현장을 보여줬습니다. 농업에 대한 진정성을 보고 응원을 하며 제품을 궁금해 하는 고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원스톱 도라지 제품, 도라지청 인기몰이
청청하루의 도라지 가공제품들이 다른 제품들과 가장 다른 점은 생산에서 가공까지 원스톱 제품이라는 점이다.
“도라지 가공제품이 많지만 도라지 농사를 직접 짓고 원물로 가공을 하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도라지 원물을 직접 공수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면 도라지 함량이 높은 진한 도라지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이천쌀을 고아서 만든 도라지 조청을 활용한다는 점도 다른 제품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설탕청으로 만들어진 다른 제품과는 달리 청청하루는 도라지 조청을 고아서 도라지청을 만든다. 때문에 좀 더 깊은 단맛이 느껴진다.
“소비자들이 알아보더라구요. 지금 쿠팡에서 도라지청 중에는 가장 판매량이 높습니다. 도라지 농사를 지을 때 전통적인 방식으로 무농약 도라지를 생산하는데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그런 점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이천에서 제일 가는 ‘핵인싸 형’
밝은 성격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 부장은 이천지역에서 소위 ‘핵인싸 형’으로 통한다.
“4-H 이천시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천 청년농업인들은 모두 가족같이 지냅니다. 20살부터 40살까지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이천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외지에서 온 청년농업인들의 기분을 잘 압니다.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멘토링 제도를 활용해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부장이 이천시 4-H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충성회원만 남기고 패를 가르지 않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회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예의 바르고 겸손한 청년농업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유흥이나 친목 도모보다는 농업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했습니다. 선진지 견학을 가도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하나라도 배우고 오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천시 농업기술센터와도 상생하며 이천의 청년농업이 발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미래교육원에서 온라인 마케팅 과정을 수료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 부장은 매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차피 후회할 일은 생기지만 후회의 양을 줄이자는 게 인생 목표입니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후회할 일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이천을 대표하는 청년농업인이 아니라 이천에서 제일 즐겁고 열심히 하는 청년농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미니인터뷰] 이수근 이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전국 최소 ‘청년팜’ 정착지원 지급…청년농업인 안정적 정착 밑거름 돼
“이천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청년농업인 ‘청년팜’ 정착지원을 지급한 곳입니다. 농촌이 고령화되고 농가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초기 투자 부담과 정착이 어려워 청년 창업농도 줄어들고 있지만 이천에서만큼은 이 제도가 신규 청년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18세에서 45세 미만의 이천 청년농업인들에게 정착 지원금 지급 사업을 통해 월 100만 원을 2년간 지원하는 청년팜 정착지원으로 이천에는 청년농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수근 이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이천시의 청년농들은 즐겁게 일하고 적극적이라고 자랑을 늘어놨다.
“이천시 4-H회원들은 지역축제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면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이천시 청년농업인들이 자긍심도 높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정말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 지도사는 이천의 청년농업인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농업, 지식과 경험을 잘 공유해서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적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농촌사회와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갈 혁신적이고 당당한 청년농업인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청년농업인의 존재가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다양한 형태의 청년농업인을 성장하도록 하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지도사는 이천시 4-H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형, 누나, 동생같은 이천의 청년농업인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천의 청년농업인들이 건강한 삶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료들을 만들어내고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