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어종은 '체형'이 가장 중요…도체중 높은 개체 선호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26세 젊은 나이에 염소를 키우며 살기로 결심한 윤여민 얼룩목장 대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윤 대표는 부모님의 벼농사를 돕다 볏짚도 잘 먹고 귀엽게 생긴 염소에 빠져 2015년, 10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사육규모를 늘려 60마리까지 입식해 자가번식으로 사육마릿수를 2배 이상 늘리며 지금의 130여 마리 얼룩목장을 만들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9년 차라는 경력으로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윤 대표를 만나봤다.
# 시대를 뛰어넘은 개량에 대한 의지
얼룩목장은 염소 중에서도 육용종인 보어만을 사육하고 있는데 윤 대표는 보어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체형은 돼지처럼 도체중이 높은 개체를 선호하는 편으로 체고가 낮고 몸통은 두꺼운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어는 육용종으로 고기로 판매되는데 체고가 높으면 도체중이 적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목장은 모르겠지만 나는 부모혈통을 기록해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부모 밑에서 나온 자식들은 분양하지 않고 남겨 놓는다”며 “자식의 체형이 평균 이상만 된다면 부모의 유전자를 확인한다”고 전했다.
윤 대표의 개량에 대한 의지는 처음부터 남달랐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보어가 육용종인 것을 알고 마블링까지 신경 쓸 정도로 개량에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수육과 탕 문화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선 마블링이 오히려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분양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처음 보어가 육용종인 것을 알고 18개월 동안 비육하며 키웠지만 우리나라는 구이로 먹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환영받지 못했다”며 “수육과 탕으로 만들려면 삶아야 하는데 마블링이 있으면 오히려 무게가 줄어들어 제값도 못 받고 판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그는 “너무 혼자 앞서나가봤자 시장에선 외면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분양만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 혈통등록을 통한 거래 투명성 필요해
염소산업이 최근 많이 성장했는데 농가 입장에서 체감하고 있는지 질문에 윤 대표는 그렇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는 “3년 전 kg당 4000~5000원 사이에 거래되던 염소가 지금은 kg당 2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얼룩목장은 경매장보다 개인거래로 분양하는데 마리당 9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이 성장한 것에 비해 염소는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염소는 전용 물품이 없어 구제역 백신을 맞을 때도 소 기준에 맞춰 접종하고 있으며 인공포유를 위한 분유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혈통등록이 되지 않아 판매 농가의 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거래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내가 사고자 하는 개체에 대한 부모혈통, 생시체중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러한 문제를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시작한 염소 혈통등록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 중이다”고 전했다.
# 꾸준한 개량,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길
윤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꾸준히 개량해 얼룩목장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좋은 개체를 구별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싼 가격의 염소는 왜 그런지, 비싼 가격의 염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혈통등록이 체계화되면 그 기준이 생기고 이를 통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염소가 높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꾸준한 개량을 바탕으로 좋은 유전자를 가진 염소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앞으로 사육규모를 늘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