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안정 대책 등 농가소득 보장 방안 조속히 마련돼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지난 20일 전남 영광군 벼멸구 피해 현장을 방문한 전종덕 의원.
지난 20일 전남 영광군 벼멸구 피해 현장을 방문한 전종덕 의원.

최근 지속된 고온으로 급격히 확산한 벼멸구가 수확을 앞둔 황금들녁을 갉아먹어 구멍이 숭숭 뚫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9일부터 쏟아진 호우로 침수, 도복 등의 피해가 발생, 벼 재배농가는 망연자실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올해산 벼 수매가 안정을 촉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벼멸구 발생에 따른 피해면적은 2만6000ha로 추산됐다. 이는 2020년 2만9000ha 이후 최대 피해 규모다.

이에 전종덕 의원(진보당, 비례)은 지난 20일 전남 영광군 벼멸구 피해 현장을 방문해 “긴급방제 등 피해대책을 서두르고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인 만큼 농업재해대책법 시행규칙에 고온에 따른 병해충 피해를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법, 제도 개선으로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적으로 퍼부은 호우는 농가 피해를 키웠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호우에 따른 농작물 침수·도복 피해 규모는 1만5152.6ha며 유실 또는 매몰된 농경지도 60.5ha에 달한다. 특히 벼는 전체 재배면적의 19%가 넘는 1만3440ha가 피해를 입으며 전체 피해면적의 88.7%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지역이 8158ha에서 벼 피해를 입어 전체 벼 피해면적의 60%가량을 차지했으며 충남과 전북이 각각 2309ha와 968ha의 벼 피해를 입어 전체 벼 피해면적의 17%와 11%를 차지했다. 가축 역시 육계 38만4000마리, 오리 5만9000마리 등 44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농업인은 벼멸구와 폭우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한해 농사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벼멸구와 폭우로 인한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수확기 쌀값 안정을 통해 농업인이 벼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벼멸구 피해와 호우피해가 함께 휩쓴 전남, 충남,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조속한 피해복구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농업인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4일 올해산 피해 벼에 대해 수매를 희망하는 물량 전량을 공공비축미와는 별도로 매입하고 농가 손실 최소화를 위해 저품질 쌀 유통 차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지난달 기상 여건이 양호했으나 최근 벼멸구 발생,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벼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피해 벼 매입으로 농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품질 쌀의 유통 방지와 쌀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도도 지난 22일 김영록 지사가 현장을 방문해 “추가 피해 방지와 농가 경영비 부담 경감을 위해 예비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북 순창군에서 호우 피해 농가를 위로하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전북 순창군에서 호우 피해 농가를 위로하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 역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23일 전북 순창 등 현장을 직접 찾아 피해 농가를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으며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책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피해 대책뿐만 아니라 올해산 수매가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피해 벼를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도복 피해 벼는 2등급, 멸구 피해 벼는 등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지원도 지원이지만 실제 농가소득과 연계되는 부분에서의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이번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확량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산 벼에 대한 쌀값 안정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의 경우 생산량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입을 하더라도 물량이 얼마되지 않을 것이며 등외품으로 매입할 경우 농가의 매입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년여 전 정부가 수발아 피해 벼를 등외품으로 매입했을 때 지자체에 보고된 피해면적에 따른 추산 물량에 비해 매입 희망물량이 크게 적었던 사례도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을 통해 벼멸구 피해 지역에 방제비를 지원하더라도 본격적인 수확까지 겨우 보름가량 남은 상황이어서 약제를 살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인들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벼값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정부의 수확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최근 벼값은 40kg 한 가마니에 5만 원 초반 수준까지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수확기까지 불과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 농협 창고에 남아 있는 구곡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에서 찔끔찔끔이 아닌 과감한 격리 대책을 발표해 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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