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사육·분양·관람객 체험 공간까지 인기…치유농업 도전도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온 가족이 동물에 관심이 많아 어려서부터 다양한 동물을 접하며 성장한 신미담 이화곤충공방 대표.
한때 단순히 전공에 맞춰 진로를 계획하기도 했던 그였지만 결국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곤충을 선택해 2021년 아버지의 고향인 전북 정읍으로 귀농하기에 이르렀다. 신 대표는 곤충을 직접 사육해 분양하고 가공상품도 만들 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조성했다.
곤충을 활용한 치유농업의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농업의 외연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 대표를 만나고자 전북 정읍을 찾았다.
# 곤충을 사랑한 소녀, 곤충 사육위해 귀농하다
“유년 시절부터 다양한 동물에 관심이 많아 곤충은 물론 파충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을 직접 기르고 보살폈습니다. 공방에 있는 동물 중 귀농 이전부터 키우던 것들도 있고 사육 우리 역시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 이에 담긴 스토리를 좋아하는 방문객들도 많습니다.”
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곤충에 관심이 많던 신 대표이지만 처음부터 곤충과 관련한 직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대부분의 대한민국 청년이 그러하듯 적성과 흥미보다는 성적에 맞춰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전공과 관련된 진로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2019년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 고시 개정으로 곤충도 가축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 대표는 곤충과 관련한 사업을 구상, 본인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곤충을 활용한 귀농을 결심한 신 대표는 반려동물 전공으로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했고 여러 농업진흥기관에서 진행하는 곤충과 관련한 교육을 들었다. 그렇게 세심한 준비 끝에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된 그는 먼저 고향으로 귀촌한 아버지를 따라 전북 정읍 이화동 마을에 터를 잡고 이화곤충공방을 열었다.
# 직접 보고, 만지고, 만드는 체험 위주의 공방
“처음 곤충 귀농을 결정했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식용 곤충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보니 이미 식용 곤충 분야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공이 필수였고 그에 따라 시설비용 등 청년 창업농이 시도하기에는 초기 자본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이에 신 대표는 식용이 아닌 곤충 그 자체에 집중해 돌파구를 찾았다. 곤충을 사육하며 분양하고 곤충을 활용한 공예품을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체험·전시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을 유치했다. 생산·가공·체험이 함께 이뤄지는 6차 산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어릴 적부터 다양한 곤충을 사육하고 직접 표본까지 제작했던 만큼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이화곤충공방에 처음 들어서면 신 대표가 직접 제작하거나 해외에서 공수한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 정읍 지역의 곤충들과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미술작품, 다양한 생물의 보고인 아프리카 지역의 공예품들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신 대표가 직접 칠한 주황빛의 벽면을 배경으로 이어진다.
신 대표는 주요 수요층인 어린이들이 전시에 더욱 집중하고 관심 있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태블릿을 이용해 각 전시 구역을 관람할 때 전시 내용과 관련된 퀴즈를 풀고 마지막까지 다 맞추면 통과할 수 있게 구성했다”며 “더불어 ‘나비와 나방의 차이’, ‘곤충의 정의’ 등 실제 생물 교과 과정과 관련된 내용 들을 전시와 연계해 아이들의 관심을 높이다 보니 함께 찾는 부모님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공간에는 실제 살아있는 곤충들과 파충류, 물고기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곤충은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또한 이곳에서 레진아트, 표본 제작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체험관 옆에는 여러 곤충을 사육하고 있는 사육장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사육된 곤충은 체험·전시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분양도 하고 있다.
물론 신 대표라고 모든 일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갔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단체활동은 물론 소수의 인원 역시 몰리는 것을 금지했기에 체험 위주의 공방 특성상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또한 초반에는 곤충 먹이용 톱밥의 일부를 외부에서 공수했는데 한번은 톱밥에 문제가 있어 사육하던 곤충이 전멸한 적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1년 내내 곤충의 먹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발효기를 구매하고 신 대표만의 레시피를 개발, 곤충 먹이용 톱밥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이제는 곤충 먹이를 자급자족하는 것을 넘어 일부는 곤충을 키우는 이들에게 판매까지 하고 있다.
# 천혜의 자연을 강점으로 치유농업 도전
“어느 날 발달장애인 센터에서 체험활동에 참여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발달장애인들은 곤충을 보며 즐거워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이를 보고 곤충 체험의 정서적인 치유농업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센터장님도 발달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이후 업무협약(MOU)을 맺어 1년에 3~4회씩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곤충 체험 활동이 치유농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신 대표는 치유농업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치유농업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우선 공방 옆으로 ‘곤충치유정원’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인위적으로 우리를 만들고 곤충을 선별해 기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변에 자생하는 곤충들이 자연스레 살아가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원에는 곤충들의 먹이가 되는 기주식물을 심고 있다. 현재는 오솔길을 내고 대략적인 공간을 구획한 정도이지만 향후 더욱 다양한 기주식물을 심어 여러 곤충이 몰려와 자생하는 정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그는 지난달 11일에 치유농업사 1차 시험에도 합격하며 치유농업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치유농업사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신 대표는 향후 6차 산업 인증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이화곤충공방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로는 맑은 계곡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 속에 위치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쉴 수 있는 농촌형 치유 관광지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공방만의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시청각교육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평화로운 일상을 제공할 수 있는 ‘치유농업 테마파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니인터뷰] 박승현 정읍농업기술센터 주무관
"국내 치유농업, 초반에 시장 선점한다면 경쟁력 가지고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
“기존과 동일한 방식, 남들과 똑같은 방법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미담 대표의 사례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농업에 접근하길 바랍니다. 청년농업인들이 스마트 농업기술, 새로운 유통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도전정신으로 농업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길 기대합니다.”
정읍 지역 청년농업인 지원을 담당하는 박승현 정읍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신 대표의 안정적인 귀농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아이디어를 꼽았다. 그는 새로이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농들도 반짝이는 혁신으로 농업·농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했다.
박 주무관은 정읍시 역시 청년농업인들의 귀농을 장려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 정읍시는 청년농업인을 위해 150억 원에 달하는 융자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청년농업인 특화작목 성공모델 육성’, ‘청년 아이디어 상품화 모델 육성’, ‘신기술 접목 차세대 영농인 육성사업’ 등의 사업을 통해 청년농업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소득 작목과 가공상품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치유농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신 대표에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박 주무관은 “치유농업이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20~30년 전부터 시작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도입되고 있어 대다수에게 생소하다”며 “국내 치유농업이 발을 막 뗀 수준인 만큼 초반에 시장을 선점한다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 대표의 도전을 응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