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박세준·김신지 기자]

정부가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안전망 구축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한 농업수입안정보험 전면 도입에 대해 사전 갈등요소 해소와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품목별 적정 생산·공급 기반 하에 농업인 소득·경영 안정 체계를 확립하고 농업직불금 관련 예산을 5조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경영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주요 정책과제로 현재 9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추진 중인 수입안정보험을 내년부터 정부 본사업에 편입해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농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에 의한 수확량 감소와 가격 하락에 따른 품목별 농업수입 감소를 보상하는 정책보험으로, 정부는 기준수입 대비 당해수입이 60~85% 밑으로 하락시 기준 수입의 60~85%까지 감소분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소득을 포함한 개별 보험가입자에 대한 정보 파악 등 여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요소를 사전에 점검해서 최대한 부작용 없게 만들고 예산이 농업인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갔는지, 보험 운영에 들어가는 행정비용이 다른 정책수단에 비해 과다하지 않은지 등 실제 사업 시행 이후에도 모니터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전 갈등 요소를 줄이기 위해 서 원장은 “생각보다 복잡한 정책이므로 정책홍보와 설명으로 농업인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의 고질적인 문제인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보험에서 도덕적 해이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당연히 했을 노력을 보험에 가입하면서 게을리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역선택은 사고위험성이 큰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료가 높아져 사고위험성이 낮은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은 모두 보험의 지속성과 존속에 악영향을 끼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어느 보험이든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보험 시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통계가 충분히 발달해야 농업인 맞춤형 상품도 만들어질 수 있고 재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도 오랜 준비를 거쳐 세금신고를 한 청색신고 농가만을 대상으로 농업 경영안정수입보험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위한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밝히면서 “수입안정보험의 방향성 자체는 찬성이지만 생산자와 생산자단체도 공동책임을 져 생산량 조절을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해나가지 않으면 결국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보장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할 시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농산물의 가격 등락은 매년 반복되고 특히 보장대상에 포함된 쌀은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 제도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채소가격 안전기금 운영 사례를 보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면 생산자단체가 거기에 협조해 일년에 두 번 실행계획을 내면서 자기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생산량 조절을 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원리나 거버넌스가 전제되는 게 가장 큰 관건이다”고 제언했다.

한편 축산업계는 이번 소득·경영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연규영 건국대 교수(축산경영학회장)는 “저탄소, 동물복지 등으로 향후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농가 소득안정을 위해선 지속가능한 지원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며 “사료비, 방역을 위한 백신 비용 등의 지원과 더불어 농가 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설 현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기적 수급불안 발생으로 농가경영이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 한우 수급안정 추진 모델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수급관리와 참여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국가탄소중립을 위한 공익기능증진직불금 지원방안으로 저메탄 사료 급이 농가에 주는 직불금도 첨가제 판매가를 고려한 가격 상향 등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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