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심화...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압박 예상

[농수축산신문=이한태·이문예·박세준·이두현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다시한번 승리했다. 이는 단순히 미국 내 정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 정치와 경제 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예상되며 우리나라 역시 그 변화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국산 농식품 수출제한이나 대중국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요구 등과 같은 무역 압박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에 농업계 전문가들로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농업의 영향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K-문화 열풍 공략...통상우위 확보 노력 필요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즉 미국 우선주의의 화신인 만큼 미국의 수지 개선을 위해 모든 분야에 걸쳐 개방 압력을 강하게 높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방면에 거쳐 미국에 의존적인 경제이며 수출도 많이 하는 만큼 더 큰 어려움이 예견된다.

특히 농업 분야는 미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인 만큼 수입 압력이 강해지며 국내 농업에는 부정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더불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아직 타결되지 않은 농업 분야에 대해서도 더욱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는 분야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케이(K)-문화 열풍에 기반해 해외에서 김밥과 라면 등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선호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역시 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더욱 공격적으로 공략해 통상 우위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검역과 무역기술장벽(TBT) 등 비관세 조치의 적절한 활용도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사과와 감자 등도 검역상 문제로 수입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온전히 과학적인 증거주의에 입각하는 만큼 우리에게 적절한 과학 기술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향후 검역과 TBT 등의 활용에 앞서는 나라가 통상 이익을 확보할 확률이 높은 만큼 우리도 관련 기술과 전문인력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이는 비단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사전적 조치도 될 것이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대미 무역수지 흑자감소 대책 한시적...전략적 활용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불확실성이 있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트럼프 정부 1기를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으로서 자신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준다면 의외로 협상 상대방의 요구를 존중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면이 있었다.

우리의 협상 능력에 따라 0:10의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6:4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줄 건 주는 대신 얻을 건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대두 수입선을 미국으로 변경 요구할 때 대미 수출 통관 문제를 해결하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 차기 미 대선 후보 경선 전후로 영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첫 2년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 대책도 2026년까지만 효과를 발휘하면 되는 한시적 대책의 성격이 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농업 무역에서 많은 적자를 보는 나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그다지 없다. 이 부분을 적극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총수입량 억제 등 전략적 고민 필요한 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 대중국 견제정책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우리나라에도 일정 부분 부담이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중국이 미국에서 대두를 수입하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으로 브라질로 수입선을 변경하자 중국으로 가야할 품목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들어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 갈등이 악화된다면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에게 비슷한 압박을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농산물 수출 상위 6위 국가다. 꽤 크고 중요한 시장이어서 미국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로의 미국 소고기·돼지고기 수출은 늘었지만 밀 등 곡물류 수출은 줄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출 잘 되는 육류는 더 많이 수출하고 곡물은 줄었으니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 농가들이 트럼프 정부에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농업 부문도 치밀한 대응 논리가 필요하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량을 적절히 조절해 총수입량은 최대한 억제하는 등의 전략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농산물 수입을 늘리면서 동시에 이를 기회삼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요구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미 농식품 수출 통관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은데, 사과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수입은 어렵겠지만 사료용이나 비식용 품목에 대해선 단기간 미국산으로 대체 사용하고 통관 부분의 문제들의 해소를 요구할 수 있겠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품목별 시나리오 준비...협상능력 키워야

단기적으로 미국의 통상 요구가 무엇이 있을지 목록으로 만들어 품목별로 상세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협상능력은 협상 준비 수준에 달려있다.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미국의 요구사항과 각각의 요구사항이 반영됐을 때의 파급효과가 분석돼 있어야 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안과 협상 가능한 안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가 있어야지 협상으로 뭘 주고 뭘 얻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국산 농식품에 대한 미국인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거기에 역행하는 과도한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있고 관세로 국산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달러 환율 상승으로 어느 정도 상쇄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원자재·원재료 조달 원활화, 기술 연구개발(R&D) 등 생산효율화를 도모하면서 농가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이상 ‘2024 농업법은 공화당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되면 미 정부의 농가지원이 많이 늘어나게 돼 미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우리도 발맞춰 농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박재홍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관세인상·대중국 경제적 갈등심화 대비책 마련을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강화되고 관세 인상, 무역적자 축소, 중국과의 경제적 갈등 심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 압력이 강화되고 대중국 농식품 수출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집권 1기를 지나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 흑자 국가로 타깃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축산물, 과일·채소, 식품 등의 수입 압력이 커지고 우리의 수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 같은 공급망 내 높은 구매력을 지닌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수출을 확대하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미국 농산물 수입 압력이 거세질 수 있는 이유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16%를 차지하는 수출 2위 국가인데,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이 형성될 경우 우리의 대중국 수출 역시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향후 미국의 농산물 수입 압력에 대응해 개별 품목별로 영향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사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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