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미국의 ‘2024 농업법이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정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식량안보 보장을 위한 세계 주요국의 법제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도 국제 동향을 참고해 식량안보를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미국의 농업법(Farm bill)은 농식품 정책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지만 4~5년마다 의회 입법과 승인 절차를 거쳐 제정된다. 기존의 농업법은 2018년 제정돼 지난해 만료됐어야 했지만 당시 새로운 농업법 제정이 어려워지자 의회에서 1년 연장해 작물연도 기준 다음달 31일에 만료된다. 만료 시점을 넘기면 농업법에 따른 지원 프로그램이 법적 근거를 상실할 수 있어 제때 농업법을 제정하는지 혹은 연장하는지 미국 농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농업법은 하원 발의안과 상원 발의안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고 농가경영안정 강화, 보전·영양 프로그램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9일 발간한 ‘2024 미국 농업법 제정 전망과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정세가 계속 불안한 상황을 반영해 식량안보를 농업법에서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미국판 농업보험인 가격손실보상(PLC)와 수입손실보상(ARC) 지원 강화와 재난 지원 프로그램 개선 통한 농가경영안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편성된 보전기금 불용예산을 통한 기후스마트보전 기술 등 정밀농업 확산 촉진 미국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을 통한 저소득층 식품보장성 강화 등 취약계층 영양 프로그램 접근성 개선의 방향으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법제화를 통한 식량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미 식량안보보장법을 지난 6월부터 시행해 지방정부의 장이 식량안보 관련 사항을 책임지는 식량성장책임제를 비롯해 식량생산부터 비축, 가공, 유통 등 모든 단계에서 지방정부의 역할, 기업·조직의 준수사항, 기금 설치·용도, 관련 산업육성 등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명문화해 식량안보 보장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도 지난 6식량·농업·농촌기본법을 식량안보에 초점을 맞춰 25년만에 대폭 개정하며 상시적 식량안보 유지, 환경을 고려한 식량시스템 확립, 첨단기술 활용으로 생산성 제고, 합리적인 식량 비용 책정 등의 내용을 신설하거나 개정했다.

식량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도 세계 주요국의 동향을 참고해 식량안보 보장을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조경희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우리 농업과 농촌에서도 국내·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기초해 식량시스템 전반에 걸친 위기관리 능력의 제고가 필요하다일본의 식량·농업·농촌기본법 개정 이후 여러 농업 법령의 제·개정이 뒤따르고 있어 비교법적 관점에서 향후 일본 농업 분야의 입법 동향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특히 농촌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새로 개정한 농업·농촌기본법을 많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전형진 농경연 선임연구위원도 중국의 식량안보보장법 제정 동향과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국내적으로 식량자급률 제고와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강력한 정책 수단들에 대한 검토와 국내 정책 수립·집행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특히 식량성장책임제를 매개로 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식량안보 역할 분담과 협업 체계에 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