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 칩·소시지·분말 가공으로 부가가치 올려
온라인에서도 인기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아직까지 연근을 주력으로 재배하고 있지만 고정 인건비가 많이 들고 연근 특성상 대량 재배, 기계화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매출액도 한계가 명확하고 큰 성장이 없는 편입니다. 이에 새로이 양파를 지역 특산물로 브랜드화하고 저장·유통 능력을 갖춰 원하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대에서 식량작물을 전공한 후 전북 김제에서 부모와 함께 연근·벼·양파 등을 재배하는 김기남 365영농조합법인 대표. 부모와 함께 경영하는 영농조합법인에서 독립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꾸준히 농업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수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전북 김제시 진봉면에 위치한 김 대표의 농장을 찾아 그의 농업에 대한 꿈을 들어봤다.
# 나고 자란 농촌으로 돌아온 청년농업인
김 대표는 본래 농사는 쳐다보기도 싫어하던 젊은이였지만 이제는 농업 역량을 강화하고자 스스로 한농대에서 추가 수학을 할 정도로 농업에 진심이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1990년대에 고향인 김제로 귀농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농사짓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농번기에는 집안 농사일에도 동원됐던 김 대표는 농사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그는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당시 취업도 잘되고 유망하다는 마이스터고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해 돈을 벌겠다는 마음에 곧바로 대기업 하청 업체에 들어갔다. 그렇게 조선소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선배의 급여 수준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저보다 3~4년 경력이 더 많은 사수도 고작 시급이 300~400원 정도 더 많을 뿐이었습니다. 기술을 배우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곳에선 미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대니 아버지가 그럴 바에 같이 농사라도 짓자고 권유해 따라나섰다. 처음에는 억지로 한 농사일이었지만 어느새 농업에 진심이 된 그는 2016년 한농대에 입학했다. 3년 과정을 수학한 후에도 아쉬움이 남았던 김 대표는 올해 4학년 과정으로 입학해 학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
# 고품질·가공 상품으로 시장 공략
365영농조합법인의 주요 품목은 벼와 연근이다. 특히 연근은 칩과 소시지, 분말 등 가공상품을 제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마켓컬리에도 납품될 정도이다.
올해 쌀값이 약세를 거듭하며 벼 재배농가들의 근심이 깊었지만 김 대표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365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벼는 지역농협에서 수매하는 물량이 없다. 일부를 정부미·공공비축으로 판매하고 대부분은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의 부모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벼를 수확한 후 직접 트럭에 싣고 상경해 주택가를 누비며 판매할 때 구매한 고객들이 여전히 김 대표의 쌀을 찾는 것이다. 벼 재배에 누구보다 공을 들이며 고품질의 쌀을 고객들에게 판매한 결과 한번 구매한 이들은 벼 수확철이 되면 앞다퉈 연락해 쌀을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 주변에 입소문까지 나며 알음알음 추가 주문까지 들어오는 상황이다.
16.5ha(5만 평)가량 재배하고 있는 연근 역시 안정적인 수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논에서 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벼 외에 재배할 만한 것이 연근”이라며 “수로의 물을 논에 잡아놔 재배해 매년 8월 중순부터 다음해 6월 초까지 10개월가량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근은 배추·무·양파·고추·대파 등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생산량 역시 많아 상대적으로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 변동성 역시 큰 품목에 비해 희소성이 있어 안정적인 시세가 유지된다. 또한 연근은 수확하기 전에는 오랜 기간 재배할 수 있지만 일단 수확하면 냉장고에 보관해도 1주일이면 상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수입에 의한 가격 하락 불안도 적다.
더불어 ‘리얼 연근칩’과 연근 소시지·가루·차 등 가공품을 생산·판매하며 부가가치도 높이고 있다. 특히 ‘통연근 그대로 튀긴 연급칩’은 마켓컬리에까지 납품될 정도로 상품성과 인기가 높다.
다만 김 대표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며 행복한 미래만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명확한 한계 역시 짚어냈다.
“물속에 들어가 수확해야 하는 연근은 어느 정도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양새 역시 워낙 제각각인 터라 세척·가공 등의 과정에서 기계화·자동화도 어려워 인건비 부담이 큽니다. 재배 적지도 드물어 대량생산이 어려운 터라 매출액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365영농조합법인에서 고정적으로 고용하는 외국인 인력은 10명에 달한다. 매출액 역시 수년째 10억 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 저장과 전처리로 양파의 가능성 엿봐
이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새로이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는 품목은 양파다.
김제가 양파의 주산지가 아님에도 죽산면에서 10여 년 넘게 양파만을 꾸준히 재배하는 농업인이 있어 김 대표는 관심을 가졌다. 벼나 콩 등 주변에서 많이 짓는 품목을 재배하지 않고 양파만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유추했다. 또한 충남 공주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한농대 졸업 동기 역시 양파 농사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귀띔했다.
이에 김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듯 지난해 처음 양파 농사를 시작했다.
“다짜고짜 동네 농약사를 찾아가 양파 모종을 구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겨우 모종을 구매했지만 양파 정식을 위해 로타리를 칠 줄도 몰라 옆동네 이웃에게 부탁했습니다. 김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기를 빌려와 겨우겨우 비닐을 쳤습니다.”
김 대표가 농사짓는 진봉면이 양파 생산의 최적지가 아닌 만큼 재배는 쉽지 않았다. 6600㎡(2000평)의 농지를 구해 양파를 정식했지만 월동철이 끝나감에도 양파 씨알이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김 대표는 무작정 양파 주산지를 찾아다녔다.
그는 “가까운 전북 익산의 여산과 부안의 줄포, 경남 함양·산청·합천 등 양파가 많이 나는 지역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양파밭을 계속해서 둘러봤다”며 “마침내 양파밭은 공통적으로 배수가 잘돼 있었고 깊게 심은 양파는 과가 잘은 반면 얕게 심은 양파는 씨알이 굵게 자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제로 돌아온 김 대표는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승용 배토기를 빌려왔다. 양파를 심은 논에 골을 만들어 물이 빠질 수 있게 하니 그 이후부터 양파가 제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농사를 지어보니 작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을 상인에게 넘기니 생산비를 겨우 챙기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양파 생산을 직접 경험하고 거래되는 현황을 지속해서 살펴보니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매년 양파는 수확기보다 8월 이후 시세가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음을 파악해 양파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저장이 필수임을 깨달았다. 또한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판매하면 상인에게 파는 것보다 2배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에 김 대표는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을 1만6530㎡(5000평)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렸다. 내년에 수확할 양파 중 1만3220㎡(4000평)에서 생산된 물량은 상인에게 넘기고 3300㎡(1000평)에서 생산된 물량은 현재까지 확보한 창고에 저장한 후 직접 판매하며 실제 양파 유통의 흐름을 파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양파를 이용해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 구축과 인증, 제품 개발 등의 까다로운 과정이 많은 만큼 깐양파, 슬라이스 등 전처리에 집중해 보다 용이하게 부가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는 “제가 양파 가격을 잘 받고 생산 물량을 점차 늘리다 보면 주변에서 농사짓는 이웃 농업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려 들 것”이라며 “그렇게 지역에서 양파 생산량이 증가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주산지가 될 수 있고 농업 진흥 기관에 다양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요청하며 성장세를 높일 수 있다”고 앞으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신만의 별도 영농법인을 설립해 현재 부모님과 함께하는 365영농조합법인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김 대표는 적극적인 농지 확보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부모님을 따라 농업에 뛰어드는 후계농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에 도전하는 창업농과 후계농들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특히 후계농의 경우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과 여건 등이 자신이 아닌 부모님의 것이란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강점과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기 바랍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