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인하 농안법 개정안 발의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최근 발의된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목적의식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만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 인하, 재지정 요건 강화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위탁수수료 인하 시 가락시장의 도매법인마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의된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목적의식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만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 인하, 재지정 요건 강화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위탁수수료 인하 시 가락시장의 도매법인마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농산물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을 대상으로 위탁수수료율 인하, 재지정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에 대해 도매법인의 경쟁 촉진, 유통 효율성 향상이라는 목적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도매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가 포함돼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농산물 도매시장 현장에서 우려하는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지정취소 의무화

농산물 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이 과도한 이익을 편취하며 농산물 가격 불안을 야기한다는 여론이 대두되며 국회에서는 도매법인에 대한 규정을 강화한 농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몇 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잦아 특정 품목의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상승해 지난해 금사과’, ‘금배추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농산물 도매시장이 이러한 가격 불안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조성되며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도매법인 관계자들이 불려 나가 과도한 위탁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책을 받았다.

이러한 지적의 연장선으로 지난달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농안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랐다.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 비례)은 지난달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상한 4% 제한 도매법인 평가 결과 운영 실적이 하위 30% 이하로 부진할 경우 지정을 취소 개설자는 도매법인을 공모해 지정·재지정하며 지정조건을 붙일 수 있음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도매시장법인은 전담인력 채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해당 개정안의 제안이유로 가락시장이 개장한 이래 지정 취소된 도매법인이 없으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은 자격을 장기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민주당, 정읍·고창) 역시 같은달 도매법인이 과도하게 높은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 상한 5% 제한 개설자가 요청 시 시장도매인 도입 등이 담긴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수수료 상한을 1% 높일 수 있다는 예외를 포함했다.

이번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한 출하자 단체 관계자는 도매법인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위탁수수료를 낮추면 그만큼 출하자는 수취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 도매법인 적자 전환공영도매시장 마비 우려

다만 농산물 도매시장 현장에선 이번 농안법 개정안의 내용대로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지방도매시장 도매법인은 대부분이 적자로 돌아서며 가락시장에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도매법인의 수익이 크게 악화돼 인력 조정과 각종 장려금 축소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된다. 특히 평가마다 무조건 일정 비율의 도매법인을 퇴출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기업의 영속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광역권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출하농산물 경락가격의 5~6%, 영세한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은 7%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영세한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7% 위탁수수료를 받아도 적자 위기인 곳이 많아 윤 의원의 개정안대로 위탁수수료를 낮추면 도매법인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 도매시장 운영이 중단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익명의 지방도매시장 도매법인 대표는 “7% 위탁수수료를 받는 우리 회사의 최근 3개년간 영업이익 평균은 5000만 원 정도인데 수수료를 2% 낮추면 4억 원, 1%를 낮추면 2억 원가량 감소해 바로 적자로 돌아선다더군다나 사업 영속성은 기업 운영의 근본이 되는데 평가에서 매번 3분의 1가량의 도매법인을 시장에서 퇴출한다면 누가 도매법인을 운영하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가락시장의 도매법인은 4.7% 정도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배추··양배추 등 상대적으로 중량·부피에 비해 가격이 낮은 품목을 취급하는 대아청과는 품목별로 4~7%의 위탁수수료를 적용한다. 가락시장의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 중 시장사용료로 0.55%포인트, 출하자에게 지급하는 출하장려금 0.45%포인트, 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0.6%포인트, 표준하역비 0.7%포인트 등 2.3%포인트가량을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에 2023년 대아청과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임 의원이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대로 위탁수수료와 고정비용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은 -10억 원, 당기순이익은 7억 원으로 적자가 된다.

이처럼 가락시장 도매법인마저도 위탁수수료 인하로 인해 경영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각종 장려금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원해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출하 농업인과 도매시장 유통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락시장의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과거 가락시장의 수수료를 현재 수준으로 인하하는 과정에서도 출하·판매 장려금과 시장사용료 등 제반 비용을 모두 낮춘 전례가 있다법적으로 지금보다 더 낮게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수수료 상한을 정하고 옥죈다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인 도매법인은 각종 인센티브성 장려금은 물론이고 인력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도매법인이 인력을 줄이면 자연스레 산지와 각종 부대 업무에 대한 여력이 줄어들 텐데 과연 1~2% 수수료를 줄인 것이 출하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후생 증진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도 농산물 유통에서 도매법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가·수의매매와 전자상거래 확대 등을 주문함과 동시에 수익구조를 압박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법률 개정에 앞서 규제 적용에 따른 농산물 유통 효율 개선, 출하 농업인과 소비자의 실질적인 편익 창출 등 실효성이 있는지 객관적인 검토와 수치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군다나 이미 2021년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여주·양평)이 발의한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를 5%로 낮추는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농해수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검토보고에 따르면 위탁수수료를 1%포인트 낮추면 전체 도매법인 중 44개가, 0.5%포인트 인하하면 33개 도매법인이 적자로 전환된다. 이에 검토보고에선 위탁수수료를 인하하면 출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위탁수수료가 유일한 수입원인 도매법인의 경영을 악화하고 공영도매시장의 공공기능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 위탁수수료 인하, 농업인 실익 증진에 의문

위탁수수료 인하의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생산자단체도 이번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목적의식과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도매법인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실제 농업인의 편익 증진과 농산물 유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의문을 표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지난 10일 농안법 개정안 의견서를 통해 도매법인의 역할을 제고하고 경쟁을 촉진해 농산물 유통 효율성을 향상하며 농업인 권익을 보호하는 문제 접근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개설자가 지정조건을 도매법인 통제 수단으로 악용 도매법인 평가 부진의 이유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하위 30% 지정취소의 합당성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농산물 도매시장 특성과 배치되는 공모제 위탁수수료 인하에 따른 농업인·소비자의 편익 체감 여부와 장려금 축소로 인한 유통 주체 간 갈등 발생 등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영세한 규모의 출하 농업인들에게 1~2%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크게 신경 쓸 만한 금액이 아니고 오히려 전반적인 경락가 상승을 통한 수취가격 제고에 관심이 있다더불어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를 1~2%가량 낮춘다고 해서 과연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농산물 가격이 얼마나 안정될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 가락시장의 위탁수수료 상한이 4%로 고정된다면 지방도매시장으로 출하되던 물량이 더 많이 가락시장으로 쏠려 지방도매시장은 약화되고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할 수 있다차라리 위탁수수료를 자율화하면 도매법인별로 수수료를 올리는 대신 경락가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거나 정가·수의매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든가 수수료를 대폭 낮춰 물량의 경쟁을 하는 등 다양한 경쟁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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