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유일 국책연구소로 기여 못해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폐쇄적 운영이 지속되면서 농업계 유일한 국책연구소로서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4월 한두봉 원장이 취임한 이후 연구원들의 외부연구용역 수탁과 정책토론회와 같은 외부 활동을 견제하면서 연구성과의 정책·입법화를 위한 노력은 물론 연구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농경연 내 연구원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경연의 A 연구원은 “주간업무보고 등을 통해 연구원이 어떤 외부행사에 참여한다고 하면 ‘왜 가는가’는 식으로 계속 체크해 결과적으로 연구원들이 외부활동에 소극적이게 됐다”며 “법이 하나 통과되려고 해도 과제가 나와야 하며 과제 결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농경연 연구원도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 대해 크게 가중치를 두지 않고 오히려 외부활동 수당을 위해 나가는 것처럼 생각하니 당연히 정책 기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A 연구원은 한 원장이 대외활동 성과와 외부교류 활동으로 추진하는 ‘세계석학세미나’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원장 자신도 대외활동을 통해서 예산이나 인력을 늘리는 등 농경연의 외연을 확대하는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며 “한 원장 임기 들어 늘어난 세계석학세미나도 연구원의 연구를 고도화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아 연구에 얼마나 반영이 됐는지도 의문”이라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에서 발표한 ‘2023년도 연구기관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경연은 평가등급 C를 기록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봐도 9개 연구분야에서 A를 맞은 분야가 중국사무소 하나뿐으로 국정과제와 미래 어젠다 관련 연구 분야에선 모두 B 혹은 C를 맞은 것이다.
보고서는 총평에서 “다양한 이행 노력이 진행됐으나 관련 정책 또는 산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이행 노력과 성과 창출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년도 경인사연의 평가결과에서 “농업·농촌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서 제시된 다양한 정책대안은 현실성과 적시성 측면에서 우수하며 이러한 정책대안들이 관련 정부부처와의 협의회와 농업인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정을 통해서 정책화와 입법화로 연계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은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한 원장의 폐쇄적 운영은 농경연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부연구용역 사업에도 지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부서의 B 연구원은 “연구용역이라는 것은 결국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하며 정책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수탁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게 차단돼 버렸다”며 “농업을 연구해도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타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한데 30년 전의 농정만 생각해서 오직 농업 내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니 네트워크가 축소되고 연구용역 수주도 줄어들고 농경연의 위상과 활동 범위도 따라서 위축된 것”이라 꼬집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정책과제용역의 기관선정 과정에서 농경연이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농경연의 실력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다만 외부연구용역이 줄어든 것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성우 농경연 기획경영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셧다운된 사업이 너무 많으며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농식품부로부터 정책연구과제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기관들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제 수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자조금단체, 협회 등 민간단체의 과제나 지방자치단체의 과제 수탁 여부는 심사를 더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다”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의 정책과제 수행이 이들 과제 때문에 방해받아선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