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농축산식품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금 정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납품을 중단하기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00억 원가량의 농산물을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는 전국의 지역 농축협에서는 농협경제지주를 중심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워낙 규모가 큰 유통회사고 농산물뿐만 아니라 식품, 생활물자 등 다양한 산업군에 대기업들도 납품을 하고 있어 사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당장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다면 갑자기 판로를 잃게 된 2000억 원 규모의 농산물의 대체 판매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에서 정산이 2주가량 지연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납품을 중단한 조합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정상적으로 대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납품업체들의 대응과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책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는 농업법인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관계자는 “물건을 계속 납품하기에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납품을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미정산대금 정산이나 사태 수습 후 납품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많은 법인들이 관망하는 중”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유업계에서는 업체 규모에 따라 4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납품을 중단할 수도 없어 현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전국에 매장을 400개 이상 가진 판매처이기 때문에 제품 공급 중단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유제품 납품을 중단한 업체 중 일부는 협의를 통해 공급을 재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농협목우촌도 일부 대금의 정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목우촌 관계자는 “대금 정산이 지연되고 있지만 거래를 완전히 끊을 수 없어 납품량만 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대금 정산계획보다 실질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가 먼저”라며 “홈플러스가 축산업계에 지급하는 자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닭고기 판매업체 중 일부는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매대에 있는 상품들까지만 판매하고 이후 물량에 대해선 납품 중단을 결정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정확한 피해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미납 대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업계에서는 납품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던 팔도와 동서식품은 각각 지난 11일과 12일 다시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 주요 식품기업들 역시 지난 7일 이후 홈플러스에 납품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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