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다음달 1일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모든 수박의 파레트 출하를 의무화함에 따라 도매시장 내외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다음 달 1일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되는 수박에 대해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과 영세 농업인의 출하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분분해 한동안 수박 파렛트 출하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공사는 농산물도매시장 출하 시 농산물을 선별하고 등급화·표준화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수박은 강서시장에 산물(바라) 출하돼 도매시장 내 물류비용 상승과 거래 공정성·투명성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2022년부터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를 추진, 2023수박 파렛트 출하 추진 협의체를 개최하고 지난해부터 5톤 이상 출하차량의 경우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일환의 연장으로 다음 달 1일부터는 수박 출하 시 물량에 상관없이 파렛트 출하가 의무화된다. 더불어 서울시공사는 수박 파렛트 출하를 지원하기 위해 산지 물류비 지원예산을 지난해 6700만 원에서 올해 19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강서시장의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에 대해 김정문 한국수박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수박 생산 농가는 대부분 농협을 통해 출하하거나 산지유통인에게 물량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개인으로 출하할 때도 낱개로 종이 상자에 포장해 도매시장에 보내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미 수박 바라 출하는 거의 없어진 상황이기에 강서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더라도 수박 산지에서 느끼는 체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농산물도매시장의 존재 의의가 영세 농업인의 편익을 보호하기 위함인 만큼 수도권에 산물 그대로 출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장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강서시장이 수박 파렛트 작업 환경을 갖추지 못하거나 소규모로 출하하는 수도권 근교 영세 농가들의 출하처가 돼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서시장의 한 유통인은 수박 파렛트 작업이 가능한 선별장 등을 갖춘 일정 규모 이상의 영농조합법인이나 공선 조직이 잘 구성돼 농협을 통해 계통출하하는 산지의 경우에는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해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강서시장에는 경기 용인·이천·여주·평택 등 수도권 근교에서 농사지으며 직접 1톤 트럭에 수박을 적재해 가져오는 출하자들이 많다이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등 강서시장을 제외한 수도권 농산물도매시장이 수박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했는데 강서시장마저 파렛트 출하를 강제한다면 작업 여건이 안 되는 농업인의 출하권을 헤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공사는 강서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선별장을 운영하는 것을 모범 사례로 꼽았지만 이는 결국 도매시장 내부에서 외부로 공간만 바뀌었을 뿐이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운임과 공간 사용료가 추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서시장의 한 시장도매인은 기존에 강서시장 내부에서 수박을 선별하던 것을 외부에 공간을 마련해 선별하다 보니 임대료와 이동 간의 운임이 추가되고 인건비도 그대로 나가는 구조여서 오히려 이전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속 시원히 말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영세 농업인의 개인 출하가 많은 강서시장의 특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는 것은 공영도매시장의 운영방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서울시공사는 수박 파렛트 출하의 이점을 강조하며 올해 강행한다는 입장이기에 수박 성출하기 상황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톤 트럭의 수박 파렛트 출하를 시범적으로 의무화한 결과 가락시장의 수박 출하 물량이 0.4% 증가할 때 강서시장은 2% 증가했으며 도매가격 역시 가락시장은 전년 대비 수박 kg당 가격이 157원 하락했지만 강서시장은 143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간 강서시장 유통인들이 수박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면 기존 출하 물량이 가락시장으로 향할 것이라 우려했지만 오히려 강서시장 수박 출하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또한 서울시공사는 수박 파렛트 출하가 정착되면 강서시장 내 수박 하역 시간이 줄어 물류 효율화와 함께 가격 정정 감소, 고품질 수박 출하에 따른 거래단가 상승, 구매자 편익 증진 등 다양한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장식 서울시공사 강서지사장은 수박 파렛트 출하는 강서시장의 물류 체계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출하자와 유통인의 의견을 반영해 전면 시행 시기를 기존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춘 만큼 출하자와 유통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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