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등급판정 ‘자율’…삼겹살 육질은 소고기와 달라 구분돼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생산 단계는 물론 도축 이후

가공·소비 단계별로 집중 관리 필요

 

가공단계서 삼겹살 한 판 지방 제거하고

수율 나오지 않아 연 기준 최소 10억 손실도

 

삼겹살 품질 인증 하더라도

대형마트나 정육점 등서 소비자 요구에 따라

소매유통업체 책임하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와 대한한돈협회, 제주도청 등은 지난해 8월 일본 농림수산성, 농축산업진흥기구, 일본양돈협회, 일본식육 격부협회 등을 방문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와 대한한돈협회, 제주도청 등은 지난해 8월 일본 농림수산성, 농축산업진흥기구, 일본양돈협회, 일본식육 격부협회 등을 방문했다. 

 

전국적으로 이른바 ‘떡지방’ 내지는 ‘비계’ 삼겹살로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산 흑돼지 품질 개선을 위한 등급 판정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와 대한한돈협회 등도 함께 지난해 일본 현지를 방문, 돼지 등급제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피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소비단계에서 벌어지는 소위 삼겹살 떡지방, 과지방 등의 논란은 돼지고기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생산 단계는 물론 도축 이후 가공·소비 단계별로 보다 집중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본의 등급제도를 보다 면밀히 참고하되 소비자의 니즈(needs, 요구) 등을 감안해 돼지 도체 등급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일본은 ‘의무 아닌 자율’ 적용 중

돼지 도체 등급제도 개선에 있어서 우선 한국과 일본의 등급제도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등급판정이 자율로 권고사항이라는 것이 우리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의무가 아니면 등급판정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전체에서 77%는 등급판정을 자발적으로 받고 있다고 한다. 생산농가와 육가공업체간 가격 정산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유명브랜드나 계열화 돼지농장은 등급판정없이 출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체의 12%가 도매시장으로 출하를 하고 88%는 일반시장에 출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은 “일본은 도매시장에 전체의 12% 물량을 출하하고 있는데 모두 냉도체 판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직거래시 생산자와 가공업체간 상호협의에 따라 등급판정 없이 도축을 하기도 하지만 전 도축마릿수의 약 77%는 등급판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품질특화품종’ 사육 의지 꺾지 말아야

축산법 제35조 5항의 의무 규정을 일본처럼 자율적인 권고사항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근본 이유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려면 일본의 사례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일반 삼원교잡종(YLD)을 타깃으로 한 등급 기준으로는 요크셔·버크셔·듀록(YBD), 듀록 F1, 난축맛돈, 제주흑돼지, 우리흑돈 등 품질특화품종을 평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더 고체중으로 키워야 하는 경우가 있는 상황에서 등급판정시 등외나 하위등급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의 등급 판정 구조로는 품질특화품종에 대한 사육 의지는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등급기준 서열식은 바꿔야

등급판정을 위해 도입한 ‘VCS2000’ 등 기계판정만으로는 결함육 발견이 어려운 상황에서 2차 판정시 육안 확인 후 결함육을 판정하되 ‘1+, 1, 2등급’ 등 서열식 등급표기가 아닌 유럽식의 ‘S,E,U,R,O,P’ 등 등급표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등급은 품질이 아닌 규격 등급인데 1+, 1, 2등급이나 A, B, C는 소비자의 오해를 사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냉도체 판정의 경우 국내 도축장과 1차 육가공장의 현실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냉도체 등심 판정’으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돼지고기 ‘육질’ 소고기와 달라

돼지 도체 등급제 개선은 생산자와 가공업체가 관련된 ‘등급판정’이라는 부분과 최종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에 따라 등급판정 단계에서 삼겹살 육질 판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삼겹살 품질 인증은 도체 등급제와는 별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돼지 도체 등급제에 육질(품질)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소고기와는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최근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가공업체들은 통삼겹 상태에서 최대한 지방 제거를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에선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돼지 도체 등급제도를 ‘규격 등급제도’로 명칭 변경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가공단계에서 삼겹살 한 판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수율이 나오지 않아 연간 기준 최소 1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려는 삼겹살 품질인증은 대형마트나 정육점 등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소매유통업체의 책임하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등급제도 개편 시 농가와 가공업체의 의견 수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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