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박세준 기자]
다음 달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업계가 앞다퉈 과거 농정의 한계를 반성하고 농업·농촌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대선공약에 반영, 차기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농정연구센터 주최로 용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새 정부, 농정의제’ 긴급좌담회에서 “지금까지의 농정이 △농지, 인력 등 효율적 재배분을 촉진하는 제도 설계 미비 △국민 식량안보 관심에 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미흡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익 제공 부족 △농업경영 안정성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우려 △도농간 불균형 발전과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의 취약성이라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기존 농정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농정 방향으로 △산업으로서 농업 육성 수단으로 기존의 재정투입이 아닌 시스템 전환으로 △농업 재정의 중심을 개발에서 공익적 기능으로 △평균적 가격안정에서 취약계층 농식품 접근권 보장으로 △작물별 단기적 가격지지에서 경영체 단위 안정화로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견인하는 방식에서 지역이 창의성을 갖고 주도할 수 있는 공간 확대로 △농업인을 수혜 대상에서 책임·소통·연대의 주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날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지방농정분권이었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가 설계한 세부사업 시행에 치중해 지방의 창의적 정책이 제한되는게 현실”이라며 “국고보조금 통합 운용과 선택적 직불제 개발을 위한 중앙·지방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지방정부가 재원과 정책역량을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재정제도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 지방비 대응 사업의 단계적 지방사무화, 정부 세원의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 책임농정 재원, 자원, 재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정의 지방 분권에 대해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방농정 체계를 믿기 어렵다고 하지만 역량이 갖춰져야 분권할 수 있다고 하면 100년 후에도 안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감수하고 농정의 분권화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농업관련 단체들도 앞다퉈 농정 공약을 발표하며 대선 후보자들이 이를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농정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한농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농가소득·경영 안전망 강화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농촌을 실현하기 위한 농업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세부과제로 △농업 위상 제고 △이상기후 대응 △미래 세대 육성 △농업 경영 지원 △농가소득 안정 △농가 실익 증진 △식품 복지 향상 △농촌소멸 방지 등 8대 농정목표와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에 반영 △농업 재정 지출 규모 대폭 확대 △식량·곡물 자급률 목표치 달성 △기후위기 대응 농정 구조 개편 △농축산 탄소중립 프로그램 확대 △밭 정비사업 중앙정부 이관 △영농 자녀 조세특례 지원 확대 △청년농 영농 교육과 자금 지원 강화 △농기자재 지원사업 지속 확대 △공공형 계절근로제 지원 강화 △다층적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농업 부문 재해대책 현실화 △농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확대 △농업 통계 주무 부처 일원화 △농업 부문 조세 감면 일몰 기한 연장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사업 확대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지속성 확보 △농촌 의료 자원과 서비스 확충 등을 꼽았다.
최흥식 한농연 회장은 “이번에 제안한 정책들이 주요 정당 공약과 차기 정권 국정과제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반영 내용을 살펴 우리 농업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 220만 농업인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밝혔다.
49개 농어업인·소비자 단체가 뜻을 모아 발족한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도 지난달 23일 국회박물관에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기후위기, 농업·먹거리위기, 지역소멸 위기 등 다중·복합 위기에 대응해 농정 추진체계 개혁, 식량주권·먹거리기본권 보장, 지역(농어촌) 활성화를 정책 방향으로 설정해 농정 공약에 반영, 차기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채택·이행할 것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연대회의는 세부과제로 국가기구 내 식량주권·지역·먹거리 담당 신설과 행정 개혁, 실질적 농정 거버넌스 구축, 농협 개혁, 기후재난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국가 책임 강화, 농민기본법과 먹거리기본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도 같은날 ‘농·축산 분야 6대 공약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농업예산 확충·추경 편성 △직불제 확대·개편 △농가부채 경감 대책 마련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일몰 연장과 농축산물 수입 확대 중단 △이상기후 대응 재해예방·복구지원 대책 마련 △농사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을 촉구했다.
이승호 연합회장은 “생산비 상승, 농업재해, 농축산물 가격 불안정 등으로 농가부채가 날로 증가해 농업인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 만큼 이번 대선을 통해 농가부채 경감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정치권은 농업 홀대 기조를 탈피해 농정예산 확충과 함께 올해 조속한 농업예산 추경 편성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