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방목 과잉으로 초지 황폐화
‘몽골형 가축사양 기술 개발’로 미래 재설계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광활한 초원과 유목문화의 본고장 몽골.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 방목에 따른 초지 황폐화, 여기에 사료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가축 폐사와 농가의 생계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조드(zud, 초겨울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 피해는 매년 수백만 마리의 가축 폐사로 이어지며, 가축에 의존하는 몽골 농촌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몽골센터는 지난 10년간 농업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사료 자급 체계를 구축하며, 식량안보와 농가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몽골센터는 지난 10년간 몽골 현지에서 농업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사료 지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사료 자급 지원과 발효사료 보급, 밀종자 보급 등에 힘썼다.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몽골센터는 지난 10년간 몽골 현지에서 농업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사료 지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사료 자급 지원과 발효사료 보급, 밀종자 보급 등에 힘썼다.

 

# 조사료 자급과 발효사료 보급, 유목 생산성의 전환점

몽골은 전체 가축의 약 98%를 자연방목에 의존하고 있으며, 계절별 사료 비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겨울철 조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KOPIA2022년부터 몽골형 가축사양 기술 개발 시범사업을 본격화, 조사료 생산과 완전배합사료(TMR) 공급 체계를 구축해왔다. 우선 2022~2024년 기간 동안 총 270톤의 사료 종자를 공급했으며 지난해에는 시범사업 80농가에 사료종자 110톤을 공급해 680면적에서(농가당 약 8.5ha) 1680톤의 조사료를 수확, 시범 농가의 조사료 자급률을 16.7%에서 10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부터는 라이그라스, 옥수수, 알팔파, 오처드그스 등 다양한 고단백 조사료에 대한 검토를 통해 몽골 토양에서도 안정적인 사료 기반을 구축한다.

또한 몽골에 적합한 3종의 발효 미생물을 선발·배양해 이를 기반으로 TMR을 생산하고 농가에 미네랄블럭을 보급했다. 현재는 TMR의 대량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설계가 완료돼 민관협력형 공공시설로 추진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농가 협동조합 주도의 자율 공급 체계로 전환될 계획이다.

 

# 밀 종자 보급과 녹비작물 확대, 식량자립의 길 열다

몽골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 55000톤에서 6만 톤에 달하는 종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며 기존 종자 생산 체계는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따라 KOPIA는 고품질 밀 원종과 농가용 보급종 생산 체계를 단계별로 구축해왔다. KOPIA는 지난해 기준 원원종 356, 농가 보급종 2986톤을 생산하며 밀 종자 자급률을 20142%에서 202322%, 지난해 24%까지 끌어올렸다. 종자 품질 개선을 위해 정밀 선별과 저장기술도 도입됐으며 수분 함량 관리와 종자 활력 분석 장비도 지원돼 농가의 종자 신뢰도 또한 향상됐다.

 

# 양파 생산 기계화, 노동력 부족 해결과 농가소득 증대

몽골은 자국 내 양파 소비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낮은 생산성과 고비용 구조가 양파 산업의 고질적 문제였다. 이에 대응해 KOPIA는 지난해부터 양파 생산 기계화 기술개발 사업을 착수해 기계파종, 멀칭, 수확까지 전 공정을 기계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양파 생산 기계화 전환 시 노동력은 48.3%, 인건비는 80% 감소하는 동시에 생산성은 66%, 소득은 104.5% 증가하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 현재 총 6개 지역에서 시험 재배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농기계 현지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 10년의 축적, 자립형 농업시스템으로 발전 중

KOPIA 몽골센터는 2014년 설립 이후 농업인 교육 7930, 현장 컨설팅 87, 해외 홍보 85건 등 다양한 실적을 기록해왔다. KOPIA의 협력은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제도화,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기후위기, 자급구조, 농업인 역량. 이 세 가지 문제를 하나의 기술 생태계로 통합 해결하고 있는 KOPIA 몽골센터의 10년은 단순한 국제개발협력을 넘어, 몽골 농업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혁신적 모델이 되고 있다.

 

 

[Interview] 오명규 KOPIA 몽골센터 소장

혹한 속 KOPIA 시범농가 가축은 단 한 마리도 죽지 않아

“KOPIA 몽골센터는 통계적 수치로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밀 종자 자급률이 3% 미만에서 24% 이상으로 올라갔다. 혹독한 지난 겨울 몽골에서 약 500만 마리 이상이 가축이 굶어 죽었는데 우리 협력 농가의 가축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몽골 농업인들의 K-농업기술에 대한 현지 반응은 매우 뜨겁게 느꼈을 때 보람을 느낀다.

2023부터 지난해 겨울 조드로 인해 많은 가축이 굶어 죽었는데 우리 시범사업 농가의 일부는 2023년 여름 홍수로 재배된 사료가 물에 잠기는 피해로 사료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몽골센터는 80개 농가의 실태를 조사하고 여름 사료재배에 실패한 시범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건초 22톤을 구입하고 사료의 영양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몽골 생명대와 함께 발효액 8000리터를 제조해 긴급 지원했다. 그 결과 몽골 축산농가의 대부분이 조드로 피해를 봤지만 KOPIAS 시범농가의 가축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오히려 지원받지 않았을 때 보다 가축의 상태가 좋았다.

몽골 국토면적은 세계 15위로, 한반도의 7배의 면적을 가진 큰 나라로, 농업적 가치는 매우크다. 현재 한국의 농업기술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고, 몽골은 주식이 고기지만 최근 채소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몽골은 인구는 적고 농경지 이용률은 낮지만 농경지 확대를 통한 노지스마트팜 등의 기술과 농경지 기반 조성 사업은 향후 한국의 기술 진출 가능성이 높다.

축산분야는 몽골 가축은 생산성이 유전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가축개량에 관한 한국의 우수한 정액이나 수정란과 가축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동물약품도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 어느 나라, 어떤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공기와 같은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곳곳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해외농업기술사업을 하는 KOPIA는 개도국의 어려운 여건에 처한 농업인을 직접 만나서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해 소득 증대를 통해 가난을 극복하게 하는 보람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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