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잉여 원유 물량이 많아져 그중 일부를 전지분유 형태로 낙농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낙농진흥회(이하 낙진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낙진회 원유 집유량은 1.2% 늘어난 반면 사용량은 1.9% 줄어들어 총 3.1%의 미사용 원유가 발생했다. 이에 집유조합장들과 협의를 거쳐 자체적인 소비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낙농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라도의 한 낙농가는 “현재 낙농산업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을 서로 공유하고 상생협력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지분유를 구매하게 된 농가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추가 예산 확보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산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향후 낙농가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가들은 보유한 쿼터의 88.6%를 음용유용 가격으로 정산받고 있으며 93.1%까지는 가공유용 가격으로 받는다. 이후 물량은 초과 원유로 취급된다.

낙진회는 올해 1분기 원유 대금 정산과 함께 농가가 생산한 초과 원유의 비율에 맞춰 전지분유 구매를 실시했다. 낙농가들은 이를 두고 다른 형태의 소비 방법은 없었는지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충남의 한 낙농가는 “1분기 원유 대금을 정산받았지만 그 돈으로 전지분유를 구매하게 해 원유 대금의 일부를 전지분유로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며 “자체적인 소비 촉진의 일환이라면 전지분유가 아닌 다른 형태의 유제품 혹은 유통기한이 긴 멸균유로 기획할 순 없었는지, 미리 의논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충남의 낙농가는 이어 “돈 주고 산 전지분유인데 20kg 포대라 누구를 주지도 못하고 있어 폐기 처분하게 생겼고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40포대 이상을 한 번에 받은 농가도 있어 처치 곤란”이라며 “지난해 8·9·10월 고온스트레스로 인해 번식을 하지 못한 젖소들이 올해 4·5월에 임신해 착유우의 비율이 늘어나 원유가 과잉 생산된 것인데 이는 너무 과한 처사라고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낙진회는 점점 줄어드는 소비량으로 인해 적체 물량이 한계점에 다다라 집유조합장들과의 논의 끝에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형윤 낙진회 상무는 “낙진회 원유를 공급받는 유업체들의 재고가 많아져 원유를 받지 않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판단, 최악의 경우 원유 대금 정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됐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농가들 입장에서 봤을 땐 답답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상무는 “최근 주말에 미사용 원유가 약 250톤씩 발생하고 있으며 전지분유 재고량은 1만2000톤에 육박하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판매가 되지 않고 있었다”며 “1100가구가 넘는 전체 집유 농가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기 힘들어 집유조합장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했지만 소통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가들에게 지급된 전지분유는 1포대에 20kg 단위며 한 포대당 18만 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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