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의 품종 개발부터 종자 생산, 건초 가공, 유통 등 전주기 국산화 기술 체계가 구축돼 귀추가 주목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농업 연구개발(R&D) 혁신 과제로 추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축산농가 생산비 절감)를 통해 IRG의 생산 전 과정을 국산 기술로 완성했다.
축과원은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 풀사료 산업계의 약점으로 작용했던 품질 불균일, 수입 의존, 가격 변동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축과원은 지난해 IRG 신품종 ‘스파이더’를 개발해 올해 처음 공개했다. 스파이더는 건물수량이 ha당 10.1톤으로 수입 품종인 ‘플로리다 80’ 대비 약 14% 많으며 벼 수확 후 재배가 가능한 답리작 체계에도 적합하다.
현재 전남 영암, 경남 진주, 경남 고성, 전북 남원, 충남 논산 등 5개 지역 42ha에서 실증 재배 중이다. 또한 종자업체 두 곳에 기술이전을 완료하며 보급 기반도 마련했다.
이번에 개발된 종자 건조기는 드럼 회전과 열풍을 이용해 국내에서도 1기당 하루 2톤 이상의 종자를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다. ‘알팔파’와 ‘톨페스큐’, ‘사료피’ 등 다양한 사료작물의 종자도 건조할 수 있어 활용 범위도 넓다.
축과원은 채종 시기가 장마철과 맞물리고 건조 시설이 없어 어려웠던 종자 건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축과원은 2021년 개발된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전 주기 기술 체계에 통합함으로써 생산, 유통과의 연계를 갖췄다. 열풍건초 생산기술은 IRG를 수분 15% 내외로 빠르게 건조시켜 품질이 균일하고 저장성 높은 건초 생산이 가능하게 한다.
축과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자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 품종도 대부분 해외에서 채종돼 기후나 물류 불안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이번 기술 체계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 종자와 건초의 자급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RG 열풍건초는 한국마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공공 승마장에 공급되고 있다. 축과원은 향후 정책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열풍건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농축협과 협력해 축산농가 전반으로 확대 유통할 계획이다.
임기순 축과원장은 “국산 풀사료 품종 스파이더를 중심으로 국내 종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수입 건초를 대체할 국산 열풍건초 생산 기반을 함께 강화하면 안정적인 풀사료 자급 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품종 개발부터 유통까지 연결된 기술 체계가 완성되면 수입 의존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IRG는 국내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겨울철 사료작물로 전체 풀사료 재배면적의 약 66%, 생산량 기준으로는 동계 사료작물의 약 8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