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땅콩산업에 새활력…품종 자급률 향상·소득증대 동시 실현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지난해 기준 베트남은 동남아 주요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이면서 세계 4위의 실크 생산국(생사 67%, 원사 22%, 비단 8.49%)이다. 이처럼 양잠은 베트남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나 고품질 종자의 부족, 재배기술과 병해충 방제체계 미비, 누에 종자의 중국산 수입 의존 문제 등은 여전히 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성 저하를 불러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베트남센터는 2009년 개소 이래 품종 육성, 재배기술 개선, 가공기술 개발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모델을 구축하며 현지 농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지난해까지 KOPIA 베트남센터에서는 24개 협력과제를 수행, 1만3000명 이상의 농업인 교육, 500건 이상의 해외 홍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추진 중인 양잠과 땅콩 분야의 성과확산과제는 품종 자급률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를 동시에 실현하며 주목받고 있다.
# 누에 신품종 ‘VH2020’으로 양잠산업에 새 활력
베트남은 연간 45만~50만 상자의 누에 잠종이 필요하지만 그중 95%를 비공식적으로 수입하는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 저하와 함께 미립자병 등 치명적인 누에 질병의 전파 위험까지 동반한다.
이에 대응해 KOPIA 베트남센터는 2019년부터 누에 신품종 개발과 잠종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협력과제를 추진해 왔으며 2023년에는 베트남 최초의 복교잡 누에 품종인 ‘VH2020’을 개발해 품종 등록을 완료했다. 지난해 기준 누에 신품종 보급을 위한 씨고치 생산은 총 5.2톤에 달하며 미립자병 감염률 0%, 무정란 비율 2% 이하라는 뛰어난 품질을 입증했다. 잠종 생산도 1만5732상자로 2022년 대비 3.15%의 자급률 향상을 이뤄냈다. VH2020은 람동성, 옌바이성, 하띤성 등의 농가에 보급이 확대됐으며, 옌바이성과 람동성 농가에서는 중국산 대비 수량성 2.3% 향상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편 뽕나무 재배기반 확보를 위해 GQ2 품종 육묘장을 2ha 규모로 조성했으며, 묘목 186만 주를 공급해 뽕밭 44.5ha를 확대 조성했다.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오디 음료 등 가공품 개발도 활발하다. KOPIA 사업을 통해 농가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옌바이성 지방정부는 뽕밭 조성·양잠시설 개선을 위한 정책 개발과 보조금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땅콩 우량품종 보급, 건조지역 농가소득 견인
베트남 북중부 건조지역은 연간 7만ha 이상의 땅콩을 재배하는 주산지다. 그러나 기존 품종의 병해 취약성과 자가채종 종자 사용으로 인해 수량과 품질 모두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이에 KOPIA 베트남센터는 2016년부터 풋마름병 저항성·다수확 품종 개발을 목표로 L14, L20, TK10 등 3종의 우량 품종을 선발해 종자 생산과 보급 체계를 단계별로 구축해 왔다. 지난해에는 원원종 1ha, 원종 10ha, 보급종 100ha에서 총 279.5톤의 종자를 생산했다. 우량종자를 40ha에 보급한 결과 자가채종에 비해 수량은 최대 21.4%, 순수입은 평균 47.4%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생산‧가공‧유통을 아우르는 가치사슬 개선을 통해 향후 땅콩기름, 스낵, 견과류 등 가공제품 개발과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훈련 또한 활발히 이뤄져 지난 한 해에만 10회 704명이 참여했으며 병해충 관리기술서 500부를 발간, 농가 현장 활용도를 높였다.
# 기술-정책 연계, 지방정부 협력 모델로 확산 중
KOPIA 베트남센터의 성과는 단지 기술보급에 머무르지 않는다. 누에 신품종 VH2020에 대해 옌바이성은 양잠 보급과 산업 확대를 위해 자체 예산으로 묘목과 시설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사업과 지방정부의 정책 수요가 맞물리는 구조는 단기 사업의 일회성 효과를 넘어,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잠과 땅콩, 두 분야 모두 공통적으로 품종의 국산화, 재배기술의 개선, 농가소득 증대, 여성참여 확대, 지방정부 협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베트남 내 농업개발협력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KOPIA 베트남센터는 앞으로도 ‘기술-가치-사람’을 잇는 통합적 협력 모델을 통해 베트남 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자립 기반 확립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 [인터뷰] 조명래 KOPIA 베트남센터 소장
“베트남은 아열대부터 열대지역까지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농산물이 연중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 저장과 신선유통 분야가 취약해 우리나라의 수확후 관리기술을 가진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면 일할 분야가 많을 것이다.
베트남의 농가당 평균 농지는 약 2ha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아직은 소농이 많다. 기계화가 필요한데 한국형 소형 관리기나 소형트랙터가 밭작물 재배에 도입되면 좋겠다.
다른 기관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책임자로 여러 국가의 ODA사업 조사와 평가도 해 보았지만 직접 소장으로 일해 보니 우리 KOPIA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적인 ODA사업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예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농촌진흥청과 상대국 기관이 직접 협의해 사업을 개발하고 양국 농업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KOPIA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을 하니 효율성이 매우 높다. 특히 농진청의 현직 전문가 뿐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퇴직 전문가들을 선발해 상대국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농업기술 ODA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KOPIA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은 일단 전문가로 참여해 보시면 좋다.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한 각국의 전문가 수요가 있을 때 단기간 파견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 나중에 소장으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