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산성화 해결…친환경 농법으로 생산성·순수익 모두 잡아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에티오피아 농업인의 수입 안정을 위해 병충해에 강한 우수한 양파 품종 보급·확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앙파종자 수확 모습.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에티오피아 농업인의 수입 안정을 위해 병충해에 강한 우수한 양파 품종 보급·확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앙파종자 수확 모습.

에티오피아는 전체 인구의 약 62%가 농업에 종사하며 농업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품종 개량 부족, 낮은 생산성, 열악한 재배 환경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농업 현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2011년 개소 이후 현지에 적합한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혁신으로 농가의 실질적 소득향상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을 펼쳐왔다. 특히 토마토와 양파 등 주요 채소작물의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농가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친환경 비료와 윤작체계 확립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기반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 고부가가치 토마토 품종 개발로 생산성 혁신

에티오피아에서 토마토는 농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주목받는 작물이지만 평균 수확량이 매우 낮아 농가가 기대하는 소득을 얻기 어려웠다. 실제 에티오피아의 토마토 평균 생산량은 ha당 약 6.5톤으로, 세계 평균인 37톤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요 원인은 병충해에 약한 기존 품종의 문제와 더불어 개량된 종자의 높은 구매비용, 부족한 관리 기술 등 여러 가지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한국에서 육성한 고품질 토마토 품종을 도입하고 현지 적응성을 평가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작물 관리 기술과 시설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특히 기존의 단순한 노지 재배를 벗어나 작물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접목기술과 지주를 활용한 재배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농가의 재배 환경과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

# 에티오피아 환경에 최적화된 양파 품종 보급

양파는 에티오피아 농업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작물로 재배 면적 기준으로는 고추, 케일 다음으로 큰 규모를 차지한다. 하지만 양파는 관리가 까다롭고 병충해에도 취약해 재배 기술이 부족한 농가들은 품질과 수확량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농가 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현지에 잘 적응하며 병에 강한 우수한 양파 품종을 도입하고, 현지 적응성을 평가해 농가 현장에서 직접 실증했다. 특히 현지의 기후조건과 재배 환경을 고려해 방충망을 갖춘 망실 시설과 노지 재배를 병행한 종자 생산 기술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 125kg의 양파 종자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농가에 직접 보급했다. 이렇게 생산된 우량 종자는 농가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기존 대비 수확량이 증가됐다.

# 친환경 농법 확산과 토양 생산성 회복

에티오피아 농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것 중 하나는 낮은 토양 비옥도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현지 농가에 친환경 농법을 전파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석회와 유기질 퇴비를 활용한 토양 개량기술을 도입해 토양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를 기존의 산성(4.9)에서 적정 수준(5.1)으로 끌어올렸고, 교환성 산도를 줄이면서 총 질소, 인, 유기탄소 등 토양 영양분 함량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결과 현지 농업인들은 작물의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에티오피아 케일과 같은 채소류에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고, 농가의 실질적인 순수익 또한 크게 늘어나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는 친환경 농법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농가의 경제적 이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 확대

KOPIA 에티오피아센터는 농촌 현장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확장하기 위해 현지 연구기관,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 농업인과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기술 전수와 교육을 통해 소규모 농가의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KOPIA는 토마토, 양파 외에도 추가적인 고부가가치 작물 발굴과 품종 개발, 농가 교육 확대, 수확 후 관리 기술 향상 등 농업 전 분야에 걸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에티오피아 농업이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국형 농업 협력모델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 [인터뷰] 김종대 KOPIA 에티오피아센터 소장

“아프리카가 원하는 기술은 최신 기술 아닌 과거 한국의 현장 접목기술”

 

“아프리카는 미지의 세계다. 그런 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간 다녀본 몇몇 나라를 보면 나라마다 대단위 규모의 농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농가들은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이를 위한 작은 기술 제공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곳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원하는 기술은 최신의 기술이 아니라 과거 우리가 느끼고 해결했던 현장의 접목기술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보여주는 대형 농가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 수십 년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실시한 기술이다. 현재 젊은 농업인들은 느끼지 못했던 예전의 실패를 통한 성공사례를 이곳에 접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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