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가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
양곡관리법 개정과 쌀값 보장 위한 방법 강구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산지 쌀값 20만 원(정곡 80kg 기준)을 목전에 두고 정부가 공매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쌀값 하락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쌀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빠른 쌀값 상승과 일부 산지유통업체의 원료곡(벼) 확보 애로 등으로 쌀값 불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 대책 마련으로 과도한 쌀값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달 5일 쌀값이 19만9668원으로 20만 원 수준까지 오르자 정부양곡(쌀) 공매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쌀값 급등과 원료곡 부족을 지적한 정부의 논리에 대해 농업 현장에서는 ‘쌀값 회복’을 ‘쌀값 급등’으로 둔갑시키는 처사라며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약속하고 농업계와 국회가 달성을 요구했던 쌀값 20만 원을 두고 돌연 급등이라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반복되는 이상기후와 생산비 폭등으로 본전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20만 원이 그렇게 높은 가격이냐”고 반문하며 “이는 윤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했던 최소한의 가격이며 13년 전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만 원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밥 한 공기 300원을 쌀 한 가마니 기준으로 바꾸면 24만 원이 되는데 이는 생산기반을 유지해나갈 최소한의 가격”이라며 “평년 가격에도 못 미치는 20만 원으로 호들갑 떨 때가 아니라 양곡관리법 개정과 쌀값 보장을 위한 방법을 강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도 “농업인 입장에서 쌀값은 24만 원 이상, 못해도 21만 원 이상은 항상 유지돼야 하는데 이제 겨우 20만 원이 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공매를 통해 물량을 몽땅 푼다면 수확기에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료곡 부족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쌀 재고량은 54만 톤이다. 2020년 5월 말 기준 57만 톤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설명이지만 대풍이 들었던 2022년과 지난해를 제외한 2021년(50만 톤), 2023년(51만 톤)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3만 톤 이상 재고가 많다. 문제는 재고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난해 수매를 적게 한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벼가 부족한 것이다. 실제로 농협의 지난달 말 쌀 재고는 49만 톤으로 2023년 45만 톤보다 4만 톤가량 많다.

문병완 농협 RPC전국협의회장(보성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수확기에 민간 RPC의 매입량이 적었던 반면 농협 RPC는 계획물량이 있어 충분히 매입한 덕분에 적정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농업인을 위하고 소비자의 가격 부담 등을 고려해 쌀값은 21만 원 선에서 적정하게 수확기까지 유지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농식품부, 농협, 연구기관 등의 관계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해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만일 공매가 필요하더라도 쌀값이 폭락하지 않도록 시세 등을 고려한 가격과 수확기를 감안한 물량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형 농협 벼전국협의회장(광천농협 조합장)도 “최근 쌀값 회복세는 지난해 정부에서 충분한 물량을 수매하고 농협에서도 아침밥먹기 운동 등 쌀 소비촉진을 전사적으로 전개해 이뤄낸 정책적 성과”라며 “민간 RPC를 중심으로 벼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매를 추진한다면 쌀 수급을 위해 노력한 정책의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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