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현장토론회
기후변화·병해 저항성 가진
종자 개발·보급 ‘시급’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기후변화, 재배환경 악화, 병해충 확산으로 고랭지 농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채소인 배추와 무의 수급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에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제와 토양 관리, 새로운 품종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7일 강원 강릉 안반데기 마을회관에서 개최한 고랭지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에선 연구자들과 농업인들이 악화되는 고랭지 농업 환경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대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토론에 앞서 이영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랭지배추연구실장은 ‘고랭지채소류 재배 현황과 중장기 과제’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 연작장해, 농경지 침식, 병해충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랭지 배추 재배의 현황을 짚었다.
이 실장은 “지속적인 기후상승으로 배추의 안정생산이 어려우며 기후변화시나리오(SSP5-8.5)에 따르면 여름배추 재배적지는 2020년 이전에는 1만4000ha였지만 2090년이 되면 0ha가 될 것”이라며 “집중 강우로 인한 경사 밭 토양침식과 연작으로 인한 토양 환경도 악화돼 유효토심이 1970년에는 100~150cm였으나 2022년에는 0~22cm로 줄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반쪽시들음병, 그루썩음병, 검은썩음병, 바이러스병, 배추좀나방과 같은 다양한 병해충 등이 고랭지 농업인을 괴롭히고 있으며 특히 2011년 최초 발생한 후 공적방제면적이 올해 564ha까지 확산된 씨스트선충은 토양 속에서 10년 이상 휴면상태로 생존할 수 있는 생존력으로 토양 감염시 사실상 박멸이 어려워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씨스트선충 발생 인근 포장도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단지·지역을 단위로 방제대상을 확대하고 토양훈증, 토양선충제, 침지처리, 관주처리 등 모든 기술을 투입하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도 토양훈증, 약제, 미생물 등 2~3년 집중 강력 처방으로 밀도를 대폭 감소시키고 약제, 미생물, 작부체계를 통해 저비용으로 지속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에서 농업인들은 농업인이 자기책임 하에 보다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것을 요청했다.
김시갑 강원도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지난해까진 씨스트선충 감염포전에 대해 휴경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적 방제를 진행했지만 올해부턴 방제 효과를 더 높이고 농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농가에게 약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문제는 복잡한 행정절차로 제때에 약제를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고 훈증을 위한 비닐 피복작업 등에 대해선 지원이 없어 사실상 방제지원이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친환경 농자재들은 단가가 비싸기만 하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너무 많다”며 “용기도 일반적인 작물보호제 등의 용기와 달리 수거를 하지 않아 이를 분리해서 처분하는 것도 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회장은 또 연작장해와 토양침식에 대응하기 위한 윤작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휴경과 윤작을 하며 토양소독, 녹비작물 재배와 갈아엎기 등은 상당히 효과가 있지만 농가 개개인이 비용을 온전히 감당하긴 어렵다”며 “과거 강원도에서 3년 주기 휴경 비용과 종자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었는데 당시엔 신청이 저조해 사업이 지속되지 못했지만 근래에는 고랭지 농사 상황이 좋지 않고 특히 휴경의 효과를 확실히 체감하는 농업인들이 늘면서 사업이 부활하길 원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와 병해충에 적응한 새로운 품종의 조속한 개발·보급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고랭지 배추 농사는 몇 년 단위로 한 종자를 심다가 해당 종자에 대한 병해가 생기면 다른 새로운 종자를 찾는 식으로 이뤄지는 한 주기가 있었지만 최근 수년동안 새로운 품종을 찾아내지 못해 재배면적도 줄어들고 있다”며 “제일 필요한 건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고 병해에 저항을 가진 종자를 시급하게 만들고 보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