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서 국내 시장 완전 개방시
가격 최대 65% 하락 전망
농업계 반발 ‘고조’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카드 중 하나로 사과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에 농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국내에서는 유예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과도한 관세율을 낮추겠다는 전략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언론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사과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업계에서는 반발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사과가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부상한 배경에는 미국이 1993년 이후 33년째 국내 검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사과를 내주게 될 경우 국내 생산 규모, 재배 농가수 등을 감안할 때 농가와 관련 업계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수농협연합회와 한국사과연합회는 지난 7일 ‘정부의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 방침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미국산 사과 수입은 농가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산 사과 검역 완화 검토 철회와 국내 사과 산업 보호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순연 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최근 최예준 부산대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국내 사과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국내 사과 가격이 최대 65%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며 “이는 1조2000억 원에서 2조 원에 달하는 국내 사과 산업이 4200억 원에서 7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 사과 산업 자체가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전무는 “국민 대표 과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사과를 내주겠다는 것은 우리 농업과 식량 주권은 물론 국민 건강권까지 위협하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과 전국사과생산자협회도 지난 9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하며 위생 검역 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이날 농민의길과 사과생산자협회는 “미국의 무역 압력에 굴복해 미국산 사과 수입을 허용하고 위생 검역 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졸속 협상으로 국내 사과 농가의 생존권을 뿌리째 위협하는 행위”라며 “국민 건강과 먹거리 주권을 포기한 무책임한 결정을 즉각 중단하고 농업인과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사과를 통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는데 제도 개선을 기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검역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30년 이상 막혀있었던 배경이 식물검역절차를 완료할 수 있는 필요 자료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등 미국의 절대적 협조가 부족하지 않았는가를 살피고 투명하게 밝혀 이해당사자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등 갈등을 축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원장은 “검역 완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중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의 통상에 영향을 주며 예상치 못한 병해충이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대책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입게 될 피해와 이익,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할 때 사과가 미국에게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을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