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단계 검역중 2단계도 넘지 못하는 사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요구
먹거리 안전 위협
[농수축산신문=안희경·이문예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시사하며 농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업관련 단체들은 ‘더 이상 농업의 희생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지난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이제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이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축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은 없었다”면서도 “우리 농축산물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돼 이제는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여 본부장은 “농축산물에 대해서도 지킬 건 지키되 협상의 전체적인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사실상 미국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농업을 협상 카드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쌀 수입 확대 △사과·배 등 검역완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업계에서는 또 다른 정부 관계자의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규제를 폐지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우리로선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협회는 “각국과의 통상협상에서 한우산업이 매번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미국은 농업분야에서 최대 수입을 얻고 있는데 상호관세가 미국의 명분이라면 농업분야는 되려 미국산 소고기에 2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우협회는 지난해 기준 한우 1마리당 161만 원의 적자를 보며 벼랑 끝에 내몰린 한우농가들에게 남은 것은 결국 아스팔트 농사뿐이라고 강조하며 집회 등의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도 이와 관련해 “우리의 농업·먹거리를 포기하고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농은 “미국은 8단계 검역절차 중 2단계도 넘지 못하는 미국산 사과 수입을 요구하고 쌀 추가 개방,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등 온통 우리 농업을 파괴하는 요구 뿐”이라며 “지난 통상협상의 결과 1000만 원도 되지 않는 농업소득과 역대 최대의 농가부채, 20%도 되지 않는 곡물자급률을 기록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농업과 농업인은 더 이상 희생할 여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도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 검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농연은 “한-미 FTA 발효 후 사실상 농축산물 관세를 대부분 철폐해 지난 15년간 대미 수입이 56.6% 증가했다”며 “관세·비관세 장벽 추가 해소시 사실상 완전 개방에 가까워 국내 농업 생산기반의 붕괴마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동식물 위생·검역, LMO 등 비관세 장벽 규제 완화는 소비자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단순히 농업만의 문제라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