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농 보호…소비자·생산자 기자회견
실경작 임차농 보호대책
친환경·농지 자기 임차 방안 마련 촉구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22년간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지만 여전히 내 땅이 만족스럽지 않아요. 친환경 농업은 1~2년 만에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토양을 가꾸며 짓는 농사인데 농사를 지을 만하면 지주 사정으로 임대가 중단돼 땅을 잃고야 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정책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해결되지 않는지.” <경기 여주 김동환 씨>
“20년째 이장을 보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현행 제도가 농업인과 지주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어요.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민 행세를 하고 정작 농사를 짓는 임차농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농업인과 지주가 모두 법을 지키면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반드시 고쳐주길 바랍니다.”<충남 서산 전량배 씨>
지난 10일 34도가 넘는 불볕 더위 속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임차농 보호를 위한 소비자·생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친환경 농업인들과 여·야 의원들은 임차농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을 비난하며 즉각적인 법적·제도적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실제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해 정작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채 소위 ‘유령농부’로 전락해 버린 현실을 한탄하며 임차농 권리 보호에 정부가 적극 나설 줄 것을 촉구했다.
2021년 농지법 개정 이후 실경작 정보와 농어업경영체 등록 정보의 일치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인증을 취득한 실경작자와 부재지주인 직불금 수령자가 불일치해 부정수령으로 실경작자인 친환경 농가가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한살림이 생산자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친환경농업인의 임차농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커 친환경 농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임차농이 친환경 농사를 지어도 인증 취소 위협을 받거나 직불금도 받지 못한채 유령처럼 존재해야 한다는게 현실”이라며 “이대로라면 친환경 농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실경작 임차농 보호 대책의 즉각 마련 △친환경농지 장기임차를 위한 ‘농지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한 농지이용 체계 안정화 등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친환경 임차농 보호와 장기 임대차 활성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다.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은 “친환경 농업은 저탄소,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이라며 “친환경 농업인에게 예외적으로 농지를 임차할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해 공익적 가치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임미애 의원(민주당, 비례)도 “실제로 경작은 농업인이 하고 있지만, 농업인이 농지를 떠나야 하거나 친환경 인증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금의 법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이원택·문대림·임미애·임호선·김선교 의원 주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두레생협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먹거리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