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쌀 자급·혁신 견인…생산성·농가 소득 ‘동시에’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기계이앙을 시연하는 모습.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기계이앙을 시연하는 모습.

우즈베키스탄의 2024·2025년 벼 생산량은 약 23만 톤인 반면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9.8kg 수준으로 전체 소비량이 36만~4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생산량보다 높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요구됐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우즈베키스탄센터는 현지의 벼 재배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며 농업 생산성과 농가 소득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기계 이앙 재배기술과 다수성 품종 보급, 벼 2기작 기술 도입 등은 쌀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하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물리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기계 이앙으로 생산성과 노동력 효율 모두 잡아

벼 육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기존의 우즈베키스탄 벼농사는 직파 재배 방식으로 육묘방법, 이앙재배법, 초기 물관리, 잡초방제 기술 등 어느 하나도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았다. 또한 2기작, 2모작에는 필수적으로 육묘와 기계 이용이 요구된다. 이에 KOPIA는 한국의 기계 이앙 기술을 도입, 2023년 안디잔(Andijon), 시르다리아(Syrdarya), 호라즘(Khorezm), 페르가나(Fergana) 등 5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계 이앙을 통한 벼 생산성은 관행 방법에 비해 ha당 종자파종량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며 생산수량도 높았다. 기계 이앙을 통해 노동력도 약 70% 이상 절감돼 약 11.1%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으며 재식 간격의 일관성과 잡초 관리의 용이성으로 품질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벼 기계 이앙의 중요성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홍보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KOPIA와 더불어 농기계 이앙 재배에 대한 기술전수와 연구 등 내각 명령을 시달했다.

최소한의 종자 생산 과정에 기계 이앙 재배가 도입돼 종자의 순도 향상과 생산량 증대 등의 효과를 거둘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KOPIA사업의 성과가 우즈베키스탄 농업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

 

# 2기작 벼 재배 성공, 생산량 33.5% 증가

직파재배 경작지에서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직파재배 경작지에서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밀과 벼를 연작하는 2기작 재배 환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KOPIA는 한국의 전문가를 초빙해 2기작 재배 기술을 시범 도입했다.

실험 결과 3월 초에 파종해 7월 말에 수확하는 1기작과 달리 7월 초 육묘해 11월 초에 수확하는 2기작은 생육 기간이 짧지만 기계 이앙과 모판 기술을 접목해 생산량이 평균 33.5% 증가했다. 또한 종자 선별과 품질 향상으로 ha당 종자 사용량을 160kg에서 130kg으로 줄이며 비용도 절감했다. 2기작 방식의 순수익은 42.2% 증가해 경제성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 선진 재배 기술과 벼 품종 개량으로 자급기반 마련

품종별 시범재배가 진행되고 있는 시연회장
품종별 시범재배가 진행되고 있는 시연회장

KOPIA 센터는 한국과 공동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적합한 벼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SADAF’(중생종)과 ‘BILLUR’(조생종) 두 품종이 2023년 우즈베키스탄 농업부에 공식 등록됐으며, 지난해부터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이들 품종은 평균 수확량이 ha당 6~9.5톤에 이르며 품질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편 벼 종자 선별기 도입을 통해 선별 품질이 향상되며 kg당 판매 가격이 기존 9000숨(UZS, 0.71달러)에서 1만5000숨(1.19달러)으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 68톤의 종자를 선별해 약 7만8950달러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

 

# 지속 가능한 쌀 자급 기반을 위한 중장기 전략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젖소 송아지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젖소 송아지

지난해부터 KOPIA는 ‘다수확 벼 품종 선발과 종자 생산 및 보급’을 주제로 후속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전국 5개주(타슈켄트, 안디잔, 나망간, 시르다리아, 호라즘)를 중심으로 종자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Iskandar’, ‘Lazurniy’ 품종의 종자를 생산해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KOPIA 센터와 연계해 우량 종자 육종센터 설립을 대통령령으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호라즘 지역에 벼 종자증식센터를 건설하며 150ha 규모의 생산 포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KOPIA는 육묘 기술 보급과 수도용 상토 개발, 우수 제초제 보급, 지역 거점 종자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우즈베키스탄 축산에도 기여… 젖소 유전자 개량

젖소 산유량 증대를 위한 TMR 기술 적용 현장
젖소 산유량 증대를 위한 TMR 기술 적용 현장

우즈베키스탄에서 축산은 농업생산액의 46%를 차지하는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나 사육 기술 부족, 사료의 질 저하로 젖소의 우유생산량이 하루 7㎏으로 한국의 28㎏에 비해 매우 낮다. KOPIA는 유전 형질이 우수한 우리나라 젖소 정액을 도입해 우즈베키스탄 젖소의 유전능력을 개량, 농가 소득 다각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 도입된 정액으로 1109마리의 젖소를 인공 수정했으며 이 중 667마리가 임신해 평균 63.1%의 임신율을 기록했다.

한국 젖소 정액으로 태어난 송아지는 재래종 대비 체중 176%로 사육 농가에서는 100마리에 2만 달러의 연 소득 증가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수정란 이식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젖소 동결 수정란을 도입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시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우량 젖소 정액과 수정란 수출로 국내 농산업체의 해외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끝>

 

■ [인터뷰] 김재현 KOPIA 우즈베키스탄센터 소장

“KOPIA 우즈베키스탄센터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한국·우즈베키스탄 농업 협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기술 실증, 공동 실험실 운영, 전문가 교류와 교육 등은 현지 농업인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안보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센터는 벼 우량 품종 중심의 종자 보급 확대와 농업 기계화 추진, 2기작 기술의 확산 등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농업 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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