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관리로 교잡·근친 막고 표준화된 사양관리로 생산성 확보를
종개협, 혈통등록 사업으로
수입 염소와의 차별화 시도
농가 대외 경쟁력 제고 주력

염소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
친자감정 가능…씨염소 혈통관리도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혈통등록을 완료한 흑염소
혈통등록을 완료한 흑염소

최근 염소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국내 염소 고기 가격은 하락하는 등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개식용 금지법 통과 이후 염소 고기가 보양식으로 각광받으며 국내 염소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산 염소 고기가 수입 염소 고기에 비해 비싼 데다 불안정한 공급량, 고르지 못한 품질 등으로 인해 수입 염소 고기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염소 산업이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혈통관리, 정밀한 사양관리 기술 보급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염소 혈통등록 사업이 실시됐으며 염소 관련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향후 염소의 생선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살펴봤다.

방목 흑염소.
방목 흑염소.

# 늘어나는 수입 염소고기로 불안한 염소 농가

염소고기는 단백질이 높고 지방 함량이 낮아 예로부터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아왔다. 염소고기의 이런 영양학적 특징들은 최근 건강 관리 트렌드와 개고기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맞물리면서 보양식으로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염소 생산액은 2018년 595억 원에서 2021년 1775억 원으로 3년 사이 3배 정도 성장했다. 사육마릿수도 2014년 24만3000여 마리에서 2021년 44만3000여 마리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초 1kg당 2만 원대에 판매됐던 염소 고기가 수입 염소 고기 증가 영향으로 가격 하락을 겪으면서 지난해 수준 가격으로 돌아갔다. 

염소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염소 고기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흑염소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거세 염소의 산지시세는 kg당 2만1500원, 비거세와 암염소는 kg당 각각 1만9500원, 1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세 염소가 kg에 1만80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9% 정도 올랐다. 염소 한 마리당 60~70kg인 점을 감안하면 마리당 150만 원 셈인 것이다.

하지만 값싼 수입 염소 고기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염소 고기 가격도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기준 거세 염소는 kg당 1만8000원, 비거세와 암염소는 kg당 각각 1만6500원, 1만7000원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갔다.

농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국내 염소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염소 가격이 들쑥날쑥한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염소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폭락했던 2018년 ‘염소파동’ 당시에는 1마리당 10만~15만 원에 불과해 정부는 염소 농가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염소 사육농가에 1마리당 16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상당수의 농가들은 염소 사육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을 선택하기도 했다.

올해 염소 혈통등록을 마친 전북의 한 흑염소농가는 “올해 초부터 염소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농가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염소가격이 가장 낮았을 때는 kg당 4000~5000원 선까지 하락한 적이 있어 농가들의 생산비를 보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입 염소고기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혈통등록을 통해 국산 염소고기에 대한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생산성 확보하기 위한 ‘혈통관리’

지난해 염소등록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종축개량협회(이하 종개협)는 지금까지 쌓아온 체계적인 혈통관리와 시스템으로 염소 농가들에게 기초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송치은 종개협 종돈개량부 팀장은 “무분별한 교잡과 근친피해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염소 농가의 소득창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종개협은 체계적인 염소관리를 통해 농가 수익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 팀장은 이어 “축과원과 함께 염소 혈통등록을 위한 농가 선정까지 끝마쳤다”며 “이제 시작 단계인 염소 혈통 등록은 기초 등록을 마친 개체에서 태어나 부모가 명확한 염소만이 혈통을 등록할 수 있어 아직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개협은 전북도와 함께 염소 개체정보와 혈통정보 관리를 통해 지역의 염소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염소 혈통등록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종개협은 이를 통해 염소농가 차별화와 염소농가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은 총 3000마리 규모로 장수와 순창 지역의 약 13개 염소농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축산업 등록 염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사육개체 관리비, 등록비, 개량사업비 등을 지원한다.

염소 관련 교육기관 또는 협회와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주관 교육을 통한 생산기술, 사육환경, 질병, 방역 등의 사양관리와 관련된 교육을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증빙서류도 필요하다.

이밖에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재래 흑염소 3계통을 활용해 산업화가 가능한 염소 신품종을 개발할 방침이다.

축과원은 외국 대형 품종과 국내 재래 흑염소 ‘당진계통’, ‘장수계통’, ‘통영계통’ 등 3계통을 활용해 검은 모색에 생산성이 높고 육량과 육질이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축과원은 혈통관리에 필요한 친자 감정과 염소 축산물 이력제 도입에 필요한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마커)도 개발했다.

축과원 연구진은 국내외 주요 염소 6품종 8계통 96마리의 혈액 DNA에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초위성체 분자표지 15종과 성 판별 분자표지 1종을 합해 총 16종을 염소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로 선정했다.

염소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는 지난해 12월 특허출원을 마쳤다.

축과원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2018년 가축 개량 대상에 염소를 추가했으며 흑염소 개량 지원 사업을 통해 씨염소 혈통을 관리하고 있다”며 “염소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를 활용하면 친자 감정이 가능해 씨염소 혈통관리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축산물 이력제에 염소가 포함될 경우 염소고기 이력 추적과 부정 유통을 막는데 필요한 DNA 동일성 검사에도 염소 개체 식별 유전자 분자표지가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목 흑염소.
방목 흑염소.

# 정밀한 사양관리 기술 보급 필요

혈통관리 체계가 마련된다면 우수한 개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밀한 사양관리 기술이 개발·보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염소는 소, 돼지에 비해 크기도 작아 귀농인들이 선호하는 가축이지만 표준화된 사양관리법이 없어 기존 농가의 조언과 농장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양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품질과 생산적인 측면에서 일정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우 전북대 명예교수는 “염소는 친환경 축산을 하는데 가장 쉽고 유리한 가축이다 보니 타 축종에 비해 비교적 적은 자본과 노동력으로 사육이 가능하고 산지 방목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외래 품종과의 무계획적인 교잡으로 인한 근친으로 번식률이 저하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염소사육농가에서는 염소를 사육하기 쉬운 가축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정밀한 사양이 필요한 가축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향후 경제적 가치 창출에 더 노력해 염소가 주요 축종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염소산업 발전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표준화된 사양관리 기술 개발·보급에 힘쓰고 있다.

김관우 축과원 박사는 “염소는 성 성숙이 빨라 생후 5개월령에도 임신이 가능하며 연 2회 분만도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평균 2년에 3회 정도 분만을 하고 있다”면서 “염소의 조기 번식과 근친번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후 3개월령에 암수를 분리해 사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분만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혼합 사육하는 경우 다른 염소에 밞히거나 불안해하므로 분만실을 꼭 준비해 폐사율을 낮춰야 한다”며 “또한 염소의 임신기간은 평균 150일 정도로 교배 이튿날부터 계산해 150일째의 날짜를 분만예정일로 기록해 주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