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탄소중립대응센터 센터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내 3대 유기성 폐자원 중 가축분뇨는 2023년 기준 연간 5087만 톤이 발생하며, 음식물류 폐기물이나 하수슬러지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축종별 발생 비율은 돼지(38.7%)가 가장 높고, 한·육우(34.4%), 닭(17.2%), 젖소(7.7%) 순이다. 그러나 고형물(TS) 함량, 에너지 밀도, 에너지 회수율 등을 고려한 ‘에너지 잠재력’ 측면에서 우분이 국내 유기성 폐자원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며 우분 > 하수슬러지 > 음식물류폐기물 > 돈분뇨 순이다.
현재 가축분뇨의 약 85%는 퇴비화 또는 액비화 방식으로 처리돼 농경지에 투입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농경지 질소 과잉투입량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우분은 대부분 퇴비화되고 있는데 퇴비 부숙도 의무화와 지역 단위 양분총량제 도입 등의 제도 변화로 인해 퇴·액비의 수요처 부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어 가축분뇨 처리 방식의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환경부는 2023년 12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을 시행해 공공(2025년~), 민간(2026년~) 부문에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가스화는 기술적으로 주로 돈분뇨에 해당되는 것이고, 2021년 기준 전체 가축분뇨 발생량의 1.4%만 바이오가스화가 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가스화만이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받는 것이 ‘가축분뇨 고체연료화’이다. 이는 가축분뇨를 분리·건조·성형해 고체 형태의 연료로 제조하는 방식으로 주로 우분이 원료로 활용된다. 가축분뇨 고체연료는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에너지로 분류되며,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탄소중립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정부는 발전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과 수입 목재펠릿 사용 저감을 위해 수입산 펠릿에 부여되던 REC(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가중치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국내 바이오매스 기반 고체연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가축분뇨 고체연료는 이러한 수입 대체를 위한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2015년 ‘가축분뇨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됐지만 냄새, 연소 후 다량의 재 발생 등 품질 문제로 인해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6월, 남부발전·농촌진흥청·농협·축산환경관리원 등과 협력해 가축분뇨 고체연료의 시험발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순천광양축협의 고체연료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량을 발전연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6월 남동발전과의 시험발전도 완료했고, 이를 토대로 2026년 상업 발전을 목표로 연료 확보 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가축분뇨 중 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높은 우분을 활용한 고체연료화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처리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우분과 부원료의 안정적 수거체계 구축 △효율적인 생산–공급–이용 시스템 확립 △에너지 효율 높은 고체연료화 기술 개발 △환경영향 저감기술의 고도화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