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추가개방 최대한 방어를
왜 매번 농업만 희생하나
“농심 외면시 대대적 투쟁 나설 것”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만큼의 극한 폭염 속에 농축산인들이 미국에 우리 농축산물 시장을 더는 내어줄 수 없다며 앞다퉈 거리로 나섰다.
이달 1일 한·미 상호관세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농업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등 농업인단체 연합체 대다수가 참여해 단합된 의지를 보여줬다. 이날 농업인 단체장들은 정부를 향해 더 이상의 농업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상에 오른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정부는 어떻게든 이번 협상을 빨리 마치려 안달이고, 통상교섭본부장은 ‘지금까지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은 없었다’며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왜 매번 농업만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승호 농축산연합회장도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늘 ‘패싱’이었다”며 “이번에도 정부는 밀실 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농축산업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정작 본인들도 먹지 않는 30개월령 이상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소고기 수입을 압박하고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을 따르고 있는 사과와 쌀에 대해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강행할 시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수입 허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정부가 산업 위축을 막기 위한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회장은 “이미 우리는 미국 소고기 최대 수입국인만큼 이제는 우리 농업을 지켜야 할 때”라면서도 “만약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이 필요하다면 일방적 양보나 희생이 아니라 진정한 교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 회장은 정부에 30개월령 소고기 수입 허용을 최대한 방어하고 불가피한 시장 개방 시에는 △동일 관세를 적용해 한우가 미국 시장에 수출될 수 있도록 절차적·정책적 지원에 나서줄 것 △수입 소고기 개월령을 명확히 표시할 것 △대통령이 직접 농어업인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축산물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산업인 농축산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며 “농심(農心)을 외면하고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문다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농업계의 요구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는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가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관세 위협 미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에는 농민의길이 진보당 의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농축산물 개방 반대, 양곡관리법·농안법 후퇴 저지’ 등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바로 농성에 돌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