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에 취약한 가축·화훼농가 등
연이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영난
[농수축산신문=안희경·김진오·박세준·김신지 기자]
극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전기세 폭탄에 농가들의 고통도 이중삼중으로 늘고 있다.
개방형 축사에 비해 더위에 취약한 비닐하우스형 축사가 많은 오리농가들은 계속된 폭염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더위로 전기 계약용량을 넘어서면서 누진세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농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지역에서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평월에 비해 많게는 8배 많이 부과된 농가도 있다.
개방형 축사로 상대적으로 더위피해가 적었던 한우축사도 올해 더위는 피하지 못했다. 한우농가들 역시 축사지붕의 스프링클러와 대형팬을 추가 설치하면서 평년보다 2배 이상 오른 전기요금을 부가받은 농가가 상당수다.
경북의 한 한우농가는 “대형팬을 설치하고 바닥의 뜨거운 공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제트팬 등을 설치한 데다 안개식 분사와 지붕위 스프링클러 등으로 폭염 대비를 했음에도 올해 더위는 피할 수 없었다”며 “냉방 장치를 최대로 가동하니 누진세가 붙으면서 지난해 여름에 비해 올 여름에는 전기세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50만9369마리가 폐사한 가금업계는 심각한 상황이다. 닭의 경우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발달 돼 있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려워 고온에 취약한 것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강원도의 한 양계농가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라 걱정이 크다”면서 “닭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많이 일어나는 축종 중 하나로 병아리부터 성계가 되기까지 사육 단계에 맞는 온도를 맞춰줘야 해 더욱 온도 관리에 예민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농사용 전기가 몇 년 새에 큰 폭으로 올라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사료값, 기자재비용 등 모든 생산비가 오른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화훼농가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꽃은 야간 기온이 높아지면 호흡량이 과도하게 증가해 웃자라고 직경이 작아지며 발색도 약해져 에어컨 가동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박인수 파주장미연합회 회장은 “장미는 야간 기온을 20도로 유지해야 한다”며 “올해는 열대야가 20일 이상 이어진 데다 농사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의 영향으로 여름철 전기요금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보완책으로 화훼농가에 여러 지원을 실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부분 폐지됐다”며 “전기요금은 빠르게 오르는데 꽃값은 제자리여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화훼농가의 이런 현실에 전기요금 인하와 지원 복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훼자조금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시설농업, 스마트팜 등을 통해 원예농가가 다른 에너지원보다 전기를 이용하길 권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스마트농업계도 폭염에 전기요금 부담이 적지 않다.
스마트농업 시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지난해보다 약 20%는 전기요금이 더 나온 상황”이라며 “에어컨을 덜 가동하거나 새벽에 환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누진세 구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부와 격리된 밀폐형 환경을 구축한 수직농장도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등 공조시설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전기료 부담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수직농장 업체 대표는 “수직농장은 LED 광열을 식히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아무래도 여름철에 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유례없는 더위로 바깥 공기의 기온이 올라가니 공조 관련 전력비가 많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다른 수직농장 업체 관계자도 “수직농장이 밀폐된 공간이라곤 하지만 폭염이 워낙 심해 온도를 유지하려면 공조시설 가동률이 높아지니 지난해에는 전기요금 지급기일 기준 1600~1700kw를 썼지만 올해는 2000kw를 넘게 썼다”며 “경기가 어렵고 인건비 등은 오르지만 상품 가격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농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면 경영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