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표시제 국회 심사중
시민단체·식품업계 입장차 첨예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지난 5월 GMO 감자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GMO반대전국행동 제공]
지난 5월 GMO 감자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GMO반대전국행동 제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포함한 식품위생법 개정을 논의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식품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최종 제품에 GMO 여부를 표기하는 완전표시제는 2000년 처음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의 알 권리 충족과 먹거리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도입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유일한 먹거리 정책으로 기록됐고 20대와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에 포함된 바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병)이 대표발의한 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O 수입국”이라며 “완전표시제를 품목별·단계적으로 도입하되 표시 부담이 적은 품목부터 우선 시행하고 주요 품목은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 “MSG처럼 다뤄야”

GMO반대전국행동,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 전국먹거리연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공동으로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GMO 완전표시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GMO는 식품첨가물(MSG)처럼 위해성과 무관하게 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산지와 친환경 표시가 원료를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GMO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GMO표시제를 일부 시행 중인 대만 사례를 들며 “대만은 GMO 제품과 비GMO 제품을 함께 유통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을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시민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기만적 행위”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한 일부 품목에만 표시제를 적용하는 방안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완전표시제에 소극적인 관료가 국민의 알 권리를 좌우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 “사후관리 한계 있어, 실효성 없는 제도”

반면 식품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원료 수급 불안, 비용 상승, 국내 산업 역차별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역시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Non-GMO 원료로의 전면 대체 외에 선택지가 없어 GMO 원료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생활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간장, 전분당, 식용유 등 기초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원료 가격 차이로 인한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 폭이 20%에서 70%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곡물 자급률이 대두 7.5%, 옥수수 9.7%에 불과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에 Non-GMO 곡물 수입을 의존할 경우 원료 수급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은 식품은 과학적으로 GMO 여부 검증이 불가능해 사후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 없는 제도 도입은 규제 비용 증가와 행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산업협회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앞세우기보다 사회적 합의와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충분한 연구와 공론화 없이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면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국내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는 성급한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지 않은 식품(유지류, 장류 등)이 들어간 과자, 볶음요리, 소스류 등에 GMO 표시를 하면 식품업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비의도적 혼입에도 GMO로 표시될 경우 제품 소비 급감 등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3년 실시한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의 77.7%가 GMO 표시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78.5%가 GMO 식품에 대한 완전표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격 상승 수용도 조사에서는 ‘원래 가격의 20% 미만까지 구입 가능’이 47.3%로 가장 많았고 ‘20~40% 미만’ 15.5%, ‘40~60% 미만’ 5.1%,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27.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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