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전체 소비자 물가에 비해 낮은 인상률…제자리 찾아가는 중

영농자재비·전기료·인건비 지속 상승
벼 수매가, 최소 7만 원
공공비축 매입가 7만2000원은 돼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쌀 20kg 소비자가격이 6만 원이 넘어서자 ‘쌀값이 폭등했다’는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쌀값이 너무 올라 식당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도 등장한다. 반면 농업인들은 그동안 떨어졌던 쌀값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회복세라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쌀값의 진실을 살펴봤다.

 

# 쌀값, 오른 것인가? 회복한 것인가?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쌀 20kg 상품 소매가격은 6만658원이다. 올해는 지난 1월 5만3254원을 시작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내다 5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이달 6만 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만 놓고 비교하면 당연히 쌀값이 오른 게 맞다. 하지만 올해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쌀값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와 농업인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쌀값이 크게 올랐다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9월 쌀 20kg 상품 소매가격은 5만1186원으로 1년 사이 1만 원이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인은 최근 쌀값이 가장 높았던 2021년을 기억하고 있다. 1월에 5만9979원으로 시작했던 2021년 쌀 20kg 상품 소매가격은 7월 6만1725원을 최고로 8월까지 6만 원대가 이어지다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꺾였다. 반면 2022년과 2023년, 지난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들이다. 풍년으로 가격이 곤두박질한 아픔과 쌀값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만이 가득하기 때문에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쌀값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벼 수매가(조곡 40kg)의 경우 농협은 2020년 6만9653원, 2021년 6만7686원, 2022년 6만1621원, 2023년 6만3954원, 지난해 6만1677원이었으며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가 역시 같은 기간 각각 7만5140원, 7만4300원, 6만4530원, 7만120원, 6만3510원으로 좋지 않았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영농자재비와 전기료,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벼 수매가와 공공비축미 매입가는 각각 최소 7만 원, 7만2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물가지수와 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21년은 102.5, 지난해는 114.2가 된다. 2020년을 기준으로 2021년에는 물가가 2.5%, 지난해는 14.2%가 올랐다는 의미로 2020년에 1만 원이었던 물건이 4년이 지나면서 지난해는 1만1420원이 됐다는 뜻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로 2020년과 비교하면 16.4%가 올라 1만 원짜리 물건은 1만1640원이 됐다.

이중 품목별로 분류해 쌀만 들여다보면 2021년 109.4, 2022년 97.8, 2023년 98.71, 지난해 100.33이었다. 2020년 쌀값 수준에 2021년 잠깐 올랐다가 2022년과 2023년 크게 하락해 지난해 겨우 2020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올해는 지난달 109.69를 기록해 2021년 수준이 됐다.

이처럼 쌀값이 전체 소비자 물가와 비교해 낮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쌀값이 크게 올랐다고 느끼는 원인은 실질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에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의 체감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품목 구입빈도 △상승에 민감한 심리 △물가상승과 지출액 증가의 혼동 등을 꼽고 있다. 자주 구입하는 상품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 지출 금액이 적더라도 구입할 때마다 가격 상승을 인지하게 돼 체감물가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통계는 중립적인 반면 체감물가는 가격이 내리는 것보다 오르는 것에 더 영향을 받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격변동만을 측정하지만 체감물가는 소비지출액 증가분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전체 지출 증가와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쌀값 같은 경우는 2020년 초반에는 낮았는데 최근에 올라서 소비자물가지수 수준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낮다”며 “다만 가격이 낮았다가 최근에 올라 이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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