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안반데기 ‘배추 물 부족’ 비상
안반데기는 배추 단일 품목 의존도 높아
기후 리스크에 취약
고랭지 지형 특성 고비용 구조
살수차, 지속 가능성 낮고 비용 부담 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
고랭지 밭작물 국가 관개체계 편입
가뭄 단계별 급수·재원 분담 제도화해야
저주소 증설·상류 소규모 댐 보강 등
중장기 대책도 필요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강원 강릉 안반데기의 고랭지 배추 재배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이 끊기자 산지에서는 급수차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에 걸쳐 안반데기에 급수차를 투입해 급수 지원에 나섰다. 대아청과가 투입한 급수차는 22톤 규모로 일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급수차 중 가장 크다. 이들 급수차는 배추밭 급수탱크를 총 100회 왕복해 2000톤의 물을 채울 계획이다.
안반데기는 전부터 수량이 부족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시원한 날씨 덕분에 여름배추 농사에는 적합하지만 해발 1300m까지 올라가는 고산지인 만큼 수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강릉시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63억 원을 투입해 계곡물을 취수해 5900톤을 저장할 수 있는 양수장과 저수조를 설치했지만 올해와 같은 장기 가뭄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안반데기 특유의 구조적 리스크도 한몫한다. 논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체계에 따라 관개가 정비돼 있지만 밭은 대체로 국가 관개망이 취약해 개별 저수·양수에 의존하는 실정이며 확충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배추라는 작물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배추는 6월 중순~7월 초순에 정식하고 8월 하순~9월 초순에 출하가 집중돼 7~8월 고온기와 관수 피크가 겹쳐 물부족 사태를 심화시킨다.
강릉농협에 따르면 올해 안반데기 재배 면적은 165ha(50만 평)로 집계됐다. 여름철 배추 필요수량을 하루 3~5mm로 가정할 때 저수조 용량 5900㎥는 0.7~1.2일분에 불과한 수준이라 취수가 끊기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가뭄은 단순한 용수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안개 발생이 지난해보다 10일 이상 줄어 토양 보습이 악화되고 증발·증산이 늘면서 결구 불량, 내부 수분 고갈, 속 썩음(꿀통) 배추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반데기는 배추 단일 품목 의존도가 높아 기후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아울러 고랭지 지형 특성은 고비용 구조를 떠안게 한다. 경사진 땅 때문에 수확 장비 임대료와 인건비가 늘어 평당 배추 생산비는 평지보다 2000원가량 높다.
이같은 현실에 현재 안반데기 30개 농가 중 직접 재배 농가는 18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2곳은 고령화로 인해 임대를 주고 있었다.
이에 강릉농협은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랭지 밭작물을 국가 관개체계에 편입하고 가뭄 단계별 급수·재원 분담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추가 저수조 증설, 상류 소규모 댐 보강 등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강릉농협은 인근 농업용 저수지인 오봉저수지를 강릉시와 공유하는 문제조차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현 강릉농협 팀장은 “살수차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지속 가능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커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