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등 과일, 가뭄·고온에도
병해충 피해 적어 생육 전반 양호
늦은 추석 덕에 성숙도·완숙비율↑
배추·무 등 채소, 지역별 수급 편차 커
가격 변동서 높아 ’세심한 관찰’ 필요
정부, 역대 최대 17만2000톤 성수품 공급
최대 40% 할인으로 물가 안정 총력
농할상품권·공공배달앱 할인 등
내수진작·전통시장 활성화 대책 추진
[농수축산신문=박유신·김진오 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가들이 농산물 출하 준비에 분주하다.
올해는 가뭄 영향에도 태풍 피해가 크지 않고 병해충 발생도 적어 전반적인 생육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가격은 안정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늦은 추석 덕분에 명절 성수품의 주인공인 과일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완숙과 비율도 늘었다.
반면 채소류의 경우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뭄과 고온으로 일부 지역 배추 출하가 감소했고 무의 경우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올해 추석 장바구니 부담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성수품으로 인기 높은 주요 농산물의 수급·가격을 전망했다.
# 생육 좋은 사과·과비대 지연된 배
사과 생육 상황은 올해 병해충 발생이 적어 전년 대비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업관측센터는 추석 성수기 홍로(상품) 10kg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가격을 지난해 5만5700원 대비 하락한 5만3000원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5kg 도매가격은 대과 비중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5만4500원보다 상승한 5만6000원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연순 한국사과연합회 사무국장은 “사과 농업가의 철저한 과원 관리를 통해 올해 사과 작황도 양호한 편”이라며 “늦은 추석으로 과비대가 일어나 사과 물량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는 “사과 시세는 올해 여름 태풍이 없었고 추석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충북·경북에서 일소 피해가 많았지만 추석이 늦다 보니 전반적인 물량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폭염 피해로 과비대가 늦어지면서 배 생육은 지난해 대비 지연됐다. 올해 추석 성수기 신고 상품 7.5kg 기준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지난해 3만9200원 대비 하락한 3만4000원 선으로 전망됐다. 15kg 내외의 경우 지난해 4만9000원 대비 하락한 4만6000원으로 예상됐다.
김상동 배연합회 사무국장은 “올해 작황은 양호해 추석용 배 수급은 문제 없고 수출을 위한 저장 배도 수확에 문제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평년에 비해 품위가 떨어진다는 지역이 있고 올해 고온으로 인해 배 저장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농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희 이사는 “배 물량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3만 원대 중반에서 시세를 형성하다가 2차 민생지원금이 지급되면 3만6000원대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고 정리했다. 더불어 “올해 배 농가들은 시세 기대치가 낮게 형성된 상황”이라며 “대형 마트 등에서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가격을 저렴하게 잡고 있다”고 말했다.
# 포도 품위 저하·단감 출하량 급증 전망
하우스 감귤은 현재 시세가 다소 높게 형성됐지만 출하량 증가와 다른 추석 성수기 과일 출하로 가격은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추석 선물세트용 황금향의 시세는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다. 이에 따라 하우스 감귤 3kg 기준 지난해 2만2400원 대비 하락한 2만1000원 내외가 예상된다.
포도 가격은 시설 포도의 전반적인 품위 저하로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품종에 따라 소폭 격차가 있어 샤인머스캣(2kg)은 지난해 1만1400원 대비 오른 1만2000원, 캠벨얼리(3kg)는 지난해 1만6600원 대비 낮은 1만5000원, 거봉(2kg)은 지난해 1만6000원 대비 낮은 1만4000원 수준으로 점쳐졌다.
복숭아 가격은 열과와 일소 피해가 발생했지만 지난달 내린 비로 과비대가 일어나면서 지난해와 생육 상황이 비슷했다. 특히 현재 출하 중인 엘바트 품종의 경우 생장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공급 물량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숭아는 환타지아(10kg)의 경우 지난해 4만9200원 대비 하락한 4만6000원, 엘바트(4kg)는 지난해 2만5100원보다 하락한 2만3000원 선으로 내다봤다.
단감은 늦은 추석에 따라 조·중생종 대부분 출하가 가능해지면서 추석 성수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19.3%나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는 이른 추석과 생육이 지연돼 출하량이 적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단감은 서촌조생 품종 10kg 내외 기준 지난해 3만8500원에서 하락한 2만9000원 선으로 전망된다.
# 무 과잉 생산에 1년 새 7000원 하락
주요 채소 가격은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는 김치업체 등 대량 수요처가 저장한 봄 배추를 다 소진하지 못하면서 산지 배추의 시장 출하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지 거래가 활발한 중품 이하가 시장에 출하되면서 등급 간 격차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달 배추 가격은 10kg당 1만60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김명배 대아청과 팀장은 “평년이라면 이 시기에 강릉 배추가 50% 가까이 출하돼야 한다”며 “그런데 올해는 가뭄 영향으로 30% 선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다만 태백·정선·평창 덕분에 전체 물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배추 가격은 1만 원대 초반에서 유지될 걸로 보이고 악재가 있다면 1만 원대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는 여름 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품위 무가 늘며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달 무 20kg 평균가격은 지난해 2만2000원 선에서 1만5000원으로 급락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올해 무 작황이 부진한데 전체 생산량은 너무 많고 질겨서 맛도 없는 품위 문제가 발생하는 중”이라며 “물량은 많은데 소비가 없어 상품 한 상자가 8000원대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이는 강원에서 애호박, 토마토 등으로 작목 전환하는 농가가 증가하면서 출하 면적이 감소했지만 기상 여건이 양호해 출하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출하량 증가에 9월 백다다기 오이 100개 내외 기준 지난해 8만8400원이더 가격이 올해는 7만50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원정현 서울청과 과장은 “고온장해로 인해 전반적인 오이 작황이 나쁜 상황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며 “오이는 날씨 등 변수에 민감해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근의 경우 할당 관세 시행으로 수입량이 많았던 지난해보다는 수입량이 감소했지만 저장 봄 당근과 여름 당근 출하량도 증가하면서 지난해 20kg 3만6000원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애호박 가격도 오이나 들깨에서 작목 전환하는 농가가 늘면서 20개 기준 지난해 3만1600원에서 2만9000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 정부, 농산물·농식품 안정적에 총력
정부는 이번 추석이 내수경기 진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농업·농촌분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마련, 농산물·농식품의 안정적 공급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2000톤을 공급하고 500억 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사과, 배, 한우, 계란 등 15대 성수품 공급량을 추석 3주 전부터 평시대비 1.6배(158만 톤) 확대 공급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상차림 품목을 반영해 단감과 애호박을 성수품목으로 추가했다.
성수품 중 농산물은 농협 계약재배 물량과 정부 비축물량 등을 활용해 평시대비 2.6배 공급을 확대하고 특히 배추, 마늘, 양파는 정부 비축물량 1270톤을 대형마트에 직공급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임산물 역시 산림조합 보유물량을 이용해 평시대비 4.6배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추석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 원을 투입해 최대 40% 할인하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전통시장 예산 배정을 2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방 시장이 활성화 되도록 농할상품권(농축산물 할인 상품권)의 지방 배정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 지원 할인 이외에 생산자단체, 유통업체, 식품기업도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 협조해 자체 계획을 수립,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긴 연휴로 외식 소비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추석 전인 다음 달 1일부터 공공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할인쿠폰 지급 요건을 ‘2만 원이상 2회 결제하면 3회차에 1만 원 할인’에서 ‘2만 원이상 결제 즉시 5000원 할인’으로 대폭 완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