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GMO 완전표시제 도입방안 모색 포럼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19일 식품안전정보원과 공동으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GMO 완전표시제 정책과 이슈’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2001년 GMO 표시제가 도입된 이후,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GMO 완전표시제 도입 방안에 대해 학계·산업계·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GMO 정책 방향과 국제 동향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 전략 △GMO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한 홍보 방안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정책 방향 발표로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정책 방향(이호동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 △GMO 표시제 제외국 사례(강원용 식품안전정보원 실장) 등이 있었다.
이어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의 주제 발표로는 △식품업계에서 보는 유전자변형식품 규제(김동현 미래식량자원포럼 부회장) △시대적 사명, GMO 완전표시제 - 당장, 명백하게, 국민의 지시대로(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 △유전자변형식품의 이해(김해영 경희대학교 교수) △GMO 표시제 쟁점과 개선 방안(김은진 원광대학교 교수) 등이 진행됐다. 끝으로 김기철 한국바이오안전성연구센터장을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실시됐다.
김성곤 식품안전정책국장은 “GMO 완전표시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농업·식품 산업의 경쟁력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긴밀히 맞물린 사안”이라며 “과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번 포럼의 논의가 완전표시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도 식품업계와 소비자 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포럼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 [정책방향]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정책 방향
- 이호동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
GMO 완전표시제의 네 가지 축은 소비자 알 권리 보장, 산업의 안정적 원료 보급과 경제적 유지, 과학적 검증을 통한 사용 정보, 정부의 정책적 조율이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 작동해야 한다.
완전표시제는 오랜 시간 동안 논란과 도전을 겪어왔다. 특히 2008년 GMO 옥수수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도입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고 2018년에 재차 논의가 뜨거워지며 GMO 표시 강화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완전표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지만 국민 인식 조사 결과 가격이 20% 이상 상승하는 경우에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72.1%로 높게 나타났다.
국회에서도 GMO 안전표시 관련 법안이 계속 논의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건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제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현실로 다가왔다.
따라서 우리 식약처는 GMO 완전표시 도입을 위해 국민 인식 개선, 사회적 합의 도출,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 국내 산업 보호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준비하려고 한다.
■ [정책방향] GMO 표시제 제외국 사례
- 김원용 식품안전정보원 실장
각국의 GMO 표시 제도는 원료 중심, GMO 성분 잔존 표시를 중심으로 갈린다.
EU는 GMO 원료를 사용하면 최종 제품에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아도 표시를 해야 한다. 표시 면제의 경우 비의도적 혼입치(0.9% 이하)일 때와 가공보조제 또는 식품첨가물로 규정돼 원재료가 아닐 때로 한정된다.
중국은 GMO 표시 규정은 없으나 유통관리 인증을 취득하는 경우 비GMO 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특히 법적 규제 외에 외식업에서도 GMO 표시를 운영하며 외식업체의 경우 최소한 3성급 이상에서 표시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비의도적 혼입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은 2014년 완전표시 국가로 전환했다. 비의도적 혼입치는 3%다.
미국은 GMO 성분 잔존 표시 제도 국가다. GMO 식품을 ‘바이오 엔지니어드 푸드’라고 부르고, 검출 불가능한 형질을 포함한 식품에 대해 표시 면제를 해준다. 비의도적 혼입치는 5% 이하다. 마찬가지로 잔존 표시 제도 국가인 호주는 비의도적 혼입치는 1%, 일본은 5%, 한국은 비의도적 혼입치를 표시에서는 인정하나 비GMO 표시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150개국 중 69개국이 GMO 표시 관련 규정을 두고 있고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지역을 따지지 않는다. 이외 국가들은 의무 표시와 관련한 시행이 제도적으로 완성되지 못했거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국가도 있고 GMO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곳도 있다.
■ [주제발표] 식품업계에서 보는 유전자변형식품 규제
- 김동헌 미래식량자원포럼 부회장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과 식품위생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인공적이지 않더라도 유전자가 직접 주입되기만 하면 GMO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구마는 작물화되기 전에 아그로박테리아 직접 주입 방식으로 DNA가 감염됐으므로 우리 법 정의에 따르면 모든 고구마는 GMO다. 또 화훼 작물의 색 변화 등 조직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변이도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하는 점핑진(Jumping Genes)에 의한 것이라면 GMO가 된다. 이처럼 우리 법은 규제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규제하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식품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현재 복잡한 GMO 표시로 소비자가 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 비GMO 원료 수급 불안정과 비용 증가 등이다. 간장 가격의 상승이나 가축용 백신에 이르기까지 완전표시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식품업계에 심리적,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다. 또 GMO 표시제 위반을 잡아낼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있었던 ‘벤 존슨 도핑 사건’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과거 영국의 ‘레드 플래그 법’은 산업의 경쟁력이 규제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완전표시제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그 후속 영향과 규제의 실효성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 [주제발표] 시대적 사명, GMO 완전표시제 - 당장, 명백하게, 국민의 지시대로
-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
현재 논의되고 있는 GMO 법안은 식약처장이 지정하거나 식품위생심의위원회 심의와 의결이 있어야만 GMO 표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협의체에서 합의가 불가능하며 식약처는 그동안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현재의 표시제는 선별표시제에 가까워 표시를 해도 지장이 없는 품목만 표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가 식품업계의 이익과 식약처장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민주공화국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표시를 요구하며 선별표시제나 비GMO 표시는 완전표시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비GMO 표시제를 국가에서 시행하는 곳은 거의 없으며 이는 완전표시제를 늦추려는 시도다.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으며, 국회는 독소 조항을 삭제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 [주제발표] 유전자변형식품의 이해
- 김해영 경희대학교 교수
GMO에 대한 전체 인식도를 보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12%,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36%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안전하다는 인식보다 3배 높다.
GMO 표시제는 알레르기 표시제와 유사하게 안전성 문제와 관계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약처는 호박, 밀, 쌀 등 미승인 GMO에 대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GMO는 이미 50년 동안 섭취돼 왔으며 사람이나 동물에게 이상 증세가 확실히 증명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민이 GMO가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표시제를 통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주제발표] GMO 표시제 쟁점과 개선 방안
- 김은진 원광대학교 교수
식약처의 ‘국민 인식 개선’과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목표는 식약처가 국민이 아닌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 충격적이다.
동식물 검사를 통해 GMO 유전자나 농산물이 개별적으로 괜찮더라도 전체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가 원래의 것이 아니므로 ‘인위적’으로 삽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안전성 평가가 중요하며 식약처가 이를 단순히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특히 안전성 심사는 서류 심사로만 이루어지는 만큼 정확성 검증이 불충분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GMO를 원하지 않는 국민에게는 선택할 권리와 알 권리가 있다.
GMO 표시 대상 품목과 업종 확대가 필요하고 비의도적 혼입률 기준 설정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먹거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이다. 과거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지만 식품 산업 발전으로 가공식품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맛이 밥상에 올라오게 됐다. 정부 공무원들은 국민이 자신의 밥상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100배, 1000배 더 노력해야 한다.
■ [종합토론]
△ [좌장] 김기철 센터장=최근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원료 기준의 표시 방법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늘 토론에서는 완전 표시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 우려, 소비자 관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방향 등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이철호 고려대학교 교수=GMO 완전 표시제는 우리나라 식량 사정에 굉장히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 같은 작물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식품 산업은 원재료가 대부분의 비용을 차지한다. GMO 완전 표시제를 시행하고 GMO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5000만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방법이 없다. 지금 식약처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GMO는 이미 수입을 시작한 지 30년이 됐고 그 안정성을 홍보해 왔는데 이제 와서 위험을 전제로 하는 제도에 끌려가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 국민의 식량 접근성을 막는 이런 잘못된 표시 제도를 계속 얘기하는 것은 정말 큰 죄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제도든 시행을 하고 나서 현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과학적인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또 식량의 절반 가량을 수입해 오는 상황에서 원료 이력 추적 제도 이행에 필요한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제도는 소비자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고 생산자와의 사회적 갈등만 조장하는 제도로 끝날 것이다. 소비자에게 GMO를 얘기하면 마음속에 떠올리는 것은 ‘위해 가능성’이다. 혹시라도 나와 가족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인데, 가장 걱정되는 질병은 암과 알러지다. 그런데 국제보건기구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198종의 식품·환경 요소 중 가장 앞에 오는 것이 바로 담배, 술, 햇빛, 젓갈이다. GMO는 지난 40년 동안 먹어 왔는데 발암물질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땅콩도, 새우도, 게도 알러지가 있는데 GMO 알러지는 없다.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을 갖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기관이지 여론 수렴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GMO에 대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김해영 교수=우리나라는 GMO 검사가 아주 철저한 나라고 거기서 발현된 단백질 유전자를 갖고 알레르기, 독성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실험에서 쥐 등을 대상으로 했을 때 튀는 데이터가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입증돼 해결됐다. 우리나라의 GMO 검사는 세부적인 품목에 큰 비용을 들여 합리적인 선에서 하고 있다. 미국에서조차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냐’고 물을 정도로 심사가 엄격한 시스템을 갖췄다.
△이호동 과장=사후 관리는 지금도 검토 중에 있고 수입 통관, 심사 단계에서 추가적인 서류를 받고 있다. 또 완전 표시제가 도입됐을 때 확인서도 받을 계획이다. 다만 완제품의 경우 국내에서는 바로 찾아가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는 쉽지 않다. 저희는 현지 실사를 통해 그 원료에 대한 적정성을 볼 계획이다.
△문재형 위원장=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곡물 1000만 톤 중 식용은 150만 톤 가량이다. 수급에 대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장이라는 건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본다. 어쨌든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덕분에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게 된 것 같다.
△김은진 교수=우리가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것은 인위적인 과학기술의 안전성을 100%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땅에 뿌려지는 씨앗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이 농산물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씨앗을 수거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관리를 해야 하고 소비자에게도 먹지 않을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왜 GMO 그렇게 많이 생산해?’라고 생산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그냥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권한을 달라는 것뿐이다. 1948년도에 헌법을 만들고 우리 국민이 주장해 얻어낸 권리 중 하나가 ‘정부가 제도를 만들 때는 반드시 국민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 주권 국가고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기관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