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연구센터·농촌진흥청
산안법 현실에 안 맞아
농업인단체 역할 제고를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농업인 안전 증진과 재해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과 별도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성호 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이사장(변호사)은 지난달 29일 서울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가람평가장에서 농정연구센터와 농촌진흥청 주최로 열린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관리 법·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농산업은 일반산업과 비교해 안전재해율이 매우 높다. 2023년 기준 일반적인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자의 재해율은 0.66%로 1만 명 중 0.98명이 사망했으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자의 재해율은 6.1%에 달하며, 1만 명 중 2.8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인 안전사고는 농기계 사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자 사망자에서도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재해 예방을 위한 주요 법률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농업인에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이사장은 “고용주는 산안법에 따른 교육대상이 아니라 안전보건교육의 주체로 대부분 자영농인 농업인이 교육대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실제로 고용노동부에선 피고용인 근로자 중심의 사업장 안전과 안전예방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요구가 있을 때만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법률도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 이사장은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과 기타 개별 법률에 농업인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교육이 규정돼 있으나 선언적 규정이거나 한정적”이라며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농어업인안전보험법)도 실제 농진청에서 전국적인 전문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고령농 중심의 농작업 안전에 대한 맞춤형 안전교육이 부재하며 단기 근로자나 계절형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시스템도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문제의식 아래 조 이사장은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농업 안전증진과 재해예방 등에 관한 별도 법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농어업인안전보험법은 안전사고 이후의 보험에 따른 보상에 중점을 두고 있을뿐이며 사전적 예방조치에 관한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체계적인 농업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업 부문의 ‘어선안전조업 및 어선원의 안전보건 증진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별도 법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농업지도사업 현장에서도 제도 미비에 따른 고충을 피력했다.
한재수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도관은 “안전재해 예방 업무가 최근 강조되며 예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 분야가 농촌지도사업의 영역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고 인력이 부족해 안전 분야의 전문가가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같이 준비 안 된 상황에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 잘못되면 책임지는 사람만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농기계 안전사고와 관련해 농업기계 인증 강화와 농업인단체의 역할 제고 필요성도 언급됐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건설기계 인증에 비해 낮은 기준을 가진 농업기계에 대한 인증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예방교육만으로는 대응하긴 어렵다”며 “농기계 검증 기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농업인에게도 의무교육이나 면허 시스템을 만들되 농업인의 언어로 스스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업인단체에게 역할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